.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산문] 네 멋대로 해라 <★★★☆> 본문

평 / Review

[산문] 네 멋대로 해라 <★★★☆>

zeno 2008. 11. 23. 23:03
네 멋대로 해라 - 8점
김현진 지음/한겨레출판


  p. 151

  1년간을 철저하게 혼자 보내면서 너무나 무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침에 쓰윽 하고 일어나면 아이들이 떠들며 학교 가고, 나에게 남은 건 내가 나왔던 신문이나 잡지 쪼가리 몇 장과 불확실한 미래뿐이었다. 하루에도 열댓 번씩 그때 나는 남아 있어야만 했던 걸까, 그들이 나에게 무슨 소리를 해도 쥐죽은 듯이 잠자코 있었어야 했던 걸까,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로 힘들던 기간에 유일하게 나를 잡아주었던 건, 나는 내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는 확신뿐이었다. 결코 그들에게 굽히지는 않았다는 생각과 내가 옳았다는 믿음밖에는 가진 것이 없었다. 그나마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외로움이 더욱더 극심해질 때는 내 그런 믿음조차도 있는 대로 초라해지고 얇아져서 금방이라도 툭, 끊어질 것 같았다. 사람은 누구나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지만 약 1년여 동안 주위에 군중도 없이 물리적으로도 철저하게 혼자 지낸 경험은 견뎌내기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