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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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취기

zeno 2008. 7. 23. 20:12

  제주도에 다녀온 뒤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습관이라면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혼곤하다. 나른하다면 나른하다고도 할 수 있을 이 기분은 일종의 '취기' 같다. 술을 좀 먹은 뒤 느껴지는 그 기분 말이다. 물론 서울에 올라온 뒤에 술을 안 마신 것은 아니다. 당장 올라온 당일인 토요일 밤에도 조금 마셨고, 그저께인 월요일 저녁에도 조금 마셨다. 아, 어제도 맥주 한잔 마셨다. 하지만 최근에 작심한 것이 있어 술을 덜 자주, 조금씩만 먹으려고 노력중이기에 그다지 많이 마셨다고는 할 수 없었다. 취기가 항상 느껴질 정도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괴상하게도 취기가 몸을 떠나질 않는다. 아침 7시에 개운하게 일어난 뒤에도 느껴지고, 끼니를 챙긴 뒤에도 혼곤하다. 책을 보는 중에도 몸이 허물어지고, 말을 하는 중에도 눕고 싶다.
  사실 이건 취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느낌이 그런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래저래 시간이 너무 잘 간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찌할 방법은 모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Z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