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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고학번과 저학번

zeno 2008. 6. 3. 22:36

  술 기운이 다 가시기 전에 꼭 써야겠어서 짧은 메모로나마 남겨보려고 했다. 그래서 글과 제목이 모두 조악할 수 있다.

  오늘 한 수업의 종강파티가 있었다. 서울대입구역의 한 음식점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만나 저녁을 먹고, 근처 술집에 가 뒷풀이를 즐겼다. 그 교수가 강의한 두 수업의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 한 수업의 학생들만이 와 있었다.

  전혀 엄밀한 조사 및 연구를 거치지 않은 추론이긴 하지만, 그 수업의 학생들은 대부분 05학번 이상의 이른바 '고학번'들이었다. 그래서 10명이 겨우 넘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악재를 뚫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교수와의 종강자리에 참석하였다.

  한편, 소수의 학생들만이 온 수업은 대부분 06학번 이하의 이른바 '저학번'들이 듣는 수업이다. 후자에 속한 필자로서는, 조금 당혹스러우면서도, 같은 수업을 들었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 없어서 아쉬웠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단순히 그 고학번들은 교수와의 식사와 술을 좋아하고, 저학번들은 그렇지 않아서일까? 그건 아닐 것 같다. 아무래도 저학번들이 학점에 대한 압박과 부담을 더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취업 등을 앞두고 있는 고학번들이 오히려 더 부담을 느껴야 될 터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다. 고학번들은 자기 시간을 주체적으로 활용하여 공부와 생활을 모두 즐기는 반면, 저학번들은 늘 불안에 시달리며 허덕인다.

  이것이 저학번들의 문제인가? 그들이 이렇게 만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2년의 제도권 교육 내에서 경쟁에 이미 물든 이들에게 대학은 또 다른 경쟁의 장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경쟁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학의 낭만이 사라져버렸다. 이것도 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재편) 때문이라면 억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