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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를 바라보며 본문

저널 / Zenol

제 51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를 바라보며

zeno 2007. 11. 27. 23:24
  6일째 총학 선거 속보를 쓰고 있다. 아무도 안 보는 것 알지만, 그래도 이왕 맡은 책임이니 묵묵히 수행하려고 노력중이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15, 10, 9, 6, 3, 2. 나날이 급속도로 떨어진 투표율도 절망적이고, 6일이 되도록 50%를 넘을 줄 모르는 총 투표율도 절망적이다. 지난 금요일과 어제는 날씨가 안좋아서라는 이유라도 있었지만, 오늘 그토록 푸르고 맑고 아름다웠던 관악의 하늘을 떠올려본다면 그는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저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이건 '정치적'이라는 수사를 붙일 것도 못되고, 그저 자기 눈 앞에 있는 것이 아니면 전혀 보지 않고, 볼 생각도 안 하는 종합적 사고 능력의 부재 밖에 답이 없다. 그저 무관심한 거다. 이는 사회나 구조 등의 외인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돌려서도 안 된다. 개인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뽑을 후보가 없다면 - 차라리 내가 총학에 나가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다면 - , 기권을 하면 된다. 그러면 투표율이 올라간다. 그리고 기권율이 높다는 건 분명 당선 후보에게 당신을 불신하는 층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위협 기제로 작동한다. 하지만 서울대 생들은 기권도 안 한다. 그저 외면할 뿐이다.
  만약 내일 '후보자들이 강의실을 돌면서 투표를 호소하고, 선관위원들이 이동 투표소를 들고 강의실에 따라 들어가 투표를 받는 방법'도 실패한다면, 정말 답이 없다. 이유식을 떠 먹여줘도 토하고, 또 먹여줘도 뱉어버리는 신생아만도 못한 꼴인데 더 이상 무슨 수가 있겠나. 대의제를 해야하나? 대의제 한다 하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소위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거다. 소위 '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정조들은 자신들이 세력 여부에 따라 반대할 것이고, '비권'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이들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때가 어느 때인데 '체육관 선거' 하듯이 선거를 할 생각이냐 비난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많은 학우들도 아마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기분 나빠서라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을 '수 많은 사람들'이라 쓰려다가 '수'를 뺐다. 현 상황에서 미루어 보건대, 대의제로 총학생회장을 뽑는다해도 사실 '수' 많은 이들이 반대할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서울대에는 학생 '사회'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것 같다. '서울대'라는 공동체,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학생들이 아니라, 그저 '서울대'라는 학벌을 따기 위해 등록한 수강생들의 집합체일 뿐인 것이다.
  아직도 서울대 학생 '사회'에 대한 신화와 환상은 존재한다. 2년 반 전만 해도 아크로에서는 수 많은 학생들로 가득찬 '비상총회' 열렸었다고 하며,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서울대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양심적인 이들의 집합체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이미 정부가 한 기업체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대통령은 마름 노릇을 하고, 언론과 검찰을 포함한 여기저기서 물타기만이 진행중인 사회에서 무슨 '정의'가 존재하고 '양심'이 존재하겠는가.
  차라리 모든 교과과정에서 '도덕', '윤리', '바른 생활' 등의 교육 과정을 없애고, 승자독식, 우승열패, 적자생존 등의 가치만이 지배하는 '부정의한 사회'를 표방하는 것이 낫겠다. 모든 국민이 합의만 한다면, 이 나라에서 '정의'라는 것을 오롯이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차라리 그게 더 솔직하겠다. 철저히 이해 관계, 특히 '돈'이라는 물신에 연관된 이해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을 사회의 유일한 최고원리로 설정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된다면 이 나라가, 이 나라의 국민이, 그토록 사랑하는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영광을 당당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에는 석유를 한 방울이라도 더 싸게 차지하기 위해 전투병을 파병하여 멍청한 양민들을 죽여 없애고, 정신 나간 김정일이 황제 놀이 하고 있는 북조선에는 핵 몇 방 팡팡 쏴 준뒤 정복해 버리고, 녹봉 주는 주인님 미국에게는 두 손 싹싹 빌면 조아리고, 당당히 '부정의'한 나라임을 천명하자. 어차피 '근대 세계 국가 체제'에 철저히 기반한 대한민국에는 '주권 불간섭 원칙'이 성립할 테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민이 합의만 한다면 되는데 무얼? 혹여 되도 않는 '정의' 운운하며 중국이나 일본 같은 주변국, 유럽의 강대국 등이 침략한다면 우리 주인님 미국한테 붙으면 된다. 51번째 주인 한국을 지켜주는 건 당연한 미국의 의무 아닌가? 미국이 침략하면 어떡하냐구? 그 땐 바로 전세계의 반미 테러리스트들과 협력하여 미제에 저항하고, 다시금 '정의'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전세계의 영웅으로 거듭나면 된다. 이미 그렇게 된 바에야 몇 명 더 죽이고, 열차 갈아타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