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안 2 본문

저널 / Zenol

불안 2

zeno 2007. 2. 11. 21:51
  내가 느끼는 '불안'의 실체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게 되었다. 나름 스스로 파악해보려고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불안"에서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설레며' 기다려 왔던 김규항의 "나는 왜 불온한가"를 읽음으로써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원인은 '파시즘'이다. 좀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파시즘이 우리들에게 강요하는 '대열'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 '성공' 따위의 말과 함께 대열은 강요되어 왔다. 그게 좋은 것이라고, 당연한 것이라고 주입되어 왔다. 그 대열에서 이탈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고, 패배자가 된다고, 주입해 왔다. 그래서 파시즘은 우리로 하여금 성공과 엘리트를 꿈꾸며, 부와 명예를 꿈꾸며,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가기만을 강요해왔다.
  나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엘리트, 성공 따위의 말을 거부하면서도 실제로는 별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괴로워 해왔고, 불안해 해왔다. '대열'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사실 난 어려서부터 '튀는 것'을 좋아 해왔다. 그래서 튀어 왔고, 지금도 튀고 있다. 그게 외연이든, 내포든. 그래서 남들이 '바쁘다'고 볼 정도로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겁'이 많아졌다. 튀기를 속으로는 갈망하면서도 막상 실제로 튀는 것은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게 파시즘의 강요로 인한 '대열'로부터의 이탈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 사실에 대해 어렴풋이는 인식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실제로 이렇게 원인을 짚어내진 못했다. 다만 '주류 사회'라는 애매모호한, 뭉뚱그려진 말로만 그 탓을 돌렸었다. 그래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일단 원인을 알았으니까, 일부라도.
  물론 원인을 알았다고 해서 문제가 쉬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당장 대열로부터 이탈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영웅'같은 굳은 마음과 행동력,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실제로 나는 작은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단박에 박차고 대열로부터 이탈하지는 못한다. 이것이 비겁하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는 없다.
  다만 여기에서 암중모색하는 것이다. 점진적으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열에서 이탈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지난할 것이고, 길겠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증은 계속될테지만, 종국에는 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인간'답게 되는 '길'이다. 그것이 '민중'의 품으로 내가 뛰어드는 이상적인 방법으로 가능하느냐, 파시즘이 강요하는 대열에서 사회가 일컫는 '엘리트'가 되어 실제 '권력'을 잡고 그 대열을 해체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답이 안 나왔다. 생각보다 답을 얻기 힘든 문제다. 다만, '대열'이라는 원인을 안 이상,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주체'적으로 '이탈'하는 것이라는 처방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