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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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별 헤는 밤

zeno 2009. 9. 13. 23:13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무한한 걱정과 함께

가을 속의 수강신청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수강신청을

이제 다 못 하는 것은

이번이 졸업학기인 까닭이요

졸업 후는 막막한 까닭이요

이미 나의 청춘이 다한 까닭입니다

 

졸업 하나에 새내기 시절과

졸업 하나에 교수와

졸업 하나에 패배한 학점과

졸업 하나에 클릭질과

졸업 하나에 진로와

졸업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졸업 하나에 잉여로운 후회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1학년 때 땡땡이를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악한 선배들의 이름과 

벌써 대학원생이 된 동기 계집애들의 이름과

찌질한 남자 동기들의 이름과

학생회관식당, 자하연, 간이식당, 까페소반, 투썸플레이스, 만리장성

이런 음식점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졸업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계모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수강신청 사이트가 펼쳐진 모니터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백스페이스를 연타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공부하는 고시생은

부끄러운 졸업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졸업장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쓰인 졸업장 위에도

자랑처럼 이름이 적혀있을 게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