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토이남 (2)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연히 어떤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말했다. 전 커피를 좋아해요. 갓 볶은 빈을 받아먹는 곳이 있죠. 물론 에스프레소만 마셔요. 허브티도 좋아하지만요. 와인도 좋아합니다. 나중에 공부를 해서 바리스타와 소믈리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참, 클래식도 좋아한답니다. 게르기예프의 반지 초연을 보러 갔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공연의 티켓은 100만 원이 넘었다.) 와인과 커피를 팔고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북카페를 차리는 게 장차 꿈이랍니다. 나는 생각했다. 이런 젠장. 더 젠장스러운 일은 내가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거였다. 자기 집에 나를 데려간 그 남자는 부엌에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부엌칼이라도 물고 죽었나, 하고 부엌문을 열어 보니 그는 딸기의 꼭지를 따서 반 ..
모처럼 감정의 고저가 심한 날이라, 아무래도 기록해 두어야 겠다. 얼마 만인지,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7시 반,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도 일찍 가고. 그럭저럭 일들이 잘 풀리니 기분도 나쁘지 않은. 오랫만에 친구도 보고. 11시 쯤이었던가, 한 친구로부터 친구가 자살을 해 빈소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문자가 왔다. 기분 급다운. 수업이 끝나고, 수업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탓에 다시 밝아진 기분으로 점심을 먹었다. 제길, 또 반밖에 못 먹었어. 요즘 음식이 안 넘어감. 수업 듣고, 일 처리 좀 하고, 저녁 먹고 - 또 반 밖에 못 먹었지만 - 후배랑 놀다가 도서관가서 공부. 뭐, 그러게 나쁘지는 않았음. 집중이 안 되고 산만했지만, 지난 주말 기분에 비하면 훨씬 나으니까. 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