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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다 보면 흔히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한다. 하나는 택하고, 하나는 버린다. 이건 좋고, 저건 싫다.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상당히 자주 기분이 급변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마치 조울증처럼, 하늘을 찌를 정도로 좋던 기분이 세상에서 더 이상 처절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는다던가, 미칠듯이 좋던 사람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싫어진다거나. 로또를 사려다가 깜빡 하고 못 산채로 있었는데 멍하니 보던 티비에서 추첨 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져있다가도, 컴퓨터를 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헤벌레 웃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 아니며 도 인것만은 아니다. 동시에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기도 한다. 날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상대에게 온갖 저주를 쏟아붓다가도, 그 사람 이름으로 문자가..
p. 184 오랫동안 박의 꿈은 아주 소박한 것이었다. 여자와 손을 잡고 커다란 슈퍼마켓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이 카트 안에는 여섯 병들이 맥주팩이 들어 있어야 한다. 물론 영주를 만나기 전까지 그는 누구와도 이런 일을 해보지 못했다. 그는 많은 여자와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 여자들을 데리고 시장에 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그가 스스로를 가련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외롭게 살아본 사람들은 의외로 그렇게 살아내는 방식들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소식(小食)을 하다 보면 양이 줄어들 듯이 인간이라는 것도 만나지 않다 보면 필요량이 감소한다. 물론 자기 연민은 금물이다. 자기 연민은 가끔이야 달콤할지 몰라도 오래 하다 보면 괴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기 연민은 에일리언처럼 숙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