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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9년 첫 해가 떠오른지 5일이 지난 이 시점에서야 이런 제목을 단 글 쓰기가 좀 민망하긴 하지만, 다 사정이 있었다. 사실 달력의 숫자만 바뀌었을 뿐이지, 2008년 12월 31일과 2009년 1월 1일은 고국 이탈이라는 중차대한 거사로 인한 초조함에 시달리는 연속된 나날들에 불과한데, 갑자기 '오늘부터 새해야. 난 바뀌겠어. 이젠 스물둘이라구!' 라는 식의 닭살스러운, 혹은 가식적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물론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겠다, 라는 평소의 신념도 작용했다.) 그렇다고 새해 계획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여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일단 요 근래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은 '혼자 놀기.' 감히 혼자 놀기를 마스터한다던가, 이 시대 마지막 솔로로..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지음/오픈하우스 p. 13 '어떤 남자를 만나야 돼?' 하고 물으면 10자 이내로 대답하라고 하면 엄마는 우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 그래, 예전에 이런 말을 했을 때, 네가 깜짝 놀라던 걸 엄마는 기억해. 누가 엄마에게 요청하지도 않겠지만 엄마는 주례를 설 때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 '혹시 이혼하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그런 결혼을 이어 가십시오'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되어질 그런 사..
눈치 챈 사람은 알겠지만, 블로그에 쓰는 글이 줄었다. 외부나 타인의 글을 전재하는 것은 줄지 않았을지 몰라도, 내가 쓰는 건 현격히 줄었다. 물리적으로 바쁜 탓도 있겠지만, 정신적으로 생각이 혼란스러운 탓이 크다.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말'을 조심하기 때문이다. 책임질 수 없는 말, 폭력적일 수 있는 말을 삼가는 것은 옳다. 적극 권장할 만하다. 하지만 동전의 반대 측면도 볼 필요가 있다. 스무살, 그리고 그 주변은 아직 '자중'이라는 이름으로 '침잠'하기에는 젊은 나이이다. 말을 삼가다 보면, 사고가 줄어들게 되고, 줄어든 사고는 경직되기 싶다. 한번 마르기 시작한 못은 이내 가뭄이 든다. 필요할 때, 할 수 있을 때, 해야 할 말과 행동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래서 여전히 블로그를 하고 있다. 혹자..
딱 한 달 남았다. 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스무살은 혹독하게 다가왔고, 이젠 내게서 떠나려 하고 있다. 그 한 해 동안, 성장통은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낙엽을 떨어뜨리던 그 강한 찬바람과 함께 뼛속에 스며들고 있다. 그래서 아프고, 더 아프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다. 물론 혼자. 나름 빠져나가려고 노력하는데 영 어렵다. 로빈슨 크루소의 마음이랄까? 한 달 뒤면 스물한살이다. 본격적인 20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애처럼 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스러져가겠지. 모르겠다. 이번 겨울이 어떻게 될 지.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그 이후, 내 삶이 어떻게 될지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고작 게임 하나를 삶의 낙 삼아 지내고, 이에 중독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