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베토벤 바이러스 (3)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는 말했다. 네게 기댈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홀로여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치열해 질 수 있고, 네가 살 수 있다고. 그래, 맞는 말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한다. 오기와 독기로 무장해 남에게 수 없이 많은 상처를 주더라도 네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무도 널 지켜줄 수 없다. 잠깐 동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결코 영원은 장담할 수 없다. 가족, 형제, 자매, 애인, 그 누구도 이제는 너의 항구적인 지지자일 수 없다. 세상이 변했다. 한 때 현실을 도피했었다. 사랑과 우정, 낭만과 연대를 믿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네가 잡아줄 줄 알았고, 내가 네게 애정을 보이면 네가 환대로 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세상엔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
살다 보면 흔히 선택의 갈림길에 직면한다. 하나는 택하고, 하나는 버린다. 이건 좋고, 저건 싫다. 그렇게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상당히 자주 기분이 급변하는 상황을 겪게 된다. 마치 조울증처럼, 하늘을 찌를 정도로 좋던 기분이 세상에서 더 이상 처절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는다던가, 미칠듯이 좋던 사람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싫어진다거나. 로또를 사려다가 깜빡 하고 못 산채로 있었는데 멍하니 보던 티비에서 추첨 방송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져있다가도, 컴퓨터를 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헤벌레 웃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 아니며 도 인것만은 아니다. 동시에 상반되는 감정이 공존하기도 한다. 날 이렇게 만든 것에 대해 상대에게 온갖 저주를 쏟아붓다가도, 그 사람 이름으로 문자가..
처음 만난지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처음엔 이렇게 될 줄 몰랐지. 이런 관계가 될 줄은. 문자를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그게 사귀는 거 아닌가도 했지. 넌 참 많이 우는 아이지. 하지만 내 앞에서 운 적은 없어. 내가 둔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난 네 눈물을 한번도 닦아주지 못했어. 단 한번도. 그게 가장 슬프고, 아쉽고, 미안하고. (사실 미안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안녕, 안녕, 안녕. 그 사람 때문에 네가 우는 걸, 힘들어 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구나. 내가 더 이상 널 신경쓸 자격도, 처지도 안 되니까 떠나는 수밖에. 그동안 고마웠어. 널 미워하지 않아. 사랑했으니까. 안녕.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다가 장근석이 너무 불쌍해서 감정 이입한답시고 써봤는데, 에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