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냉소주의 (3)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냉소주의는 비겁함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도 정체성을 고정시키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집단 속에서는 개인을 지켜야 한다며 버티는 한편, 파편화된 인간들 사이에서는 공동체의 복원을 주장한다. 결국 개인주의자도 아니고, 공동체/집단주의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하는 탓에 냉소라는 '제3의 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스로 인간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항상 헷갈리곤 한다. 어쩔 때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다가도, 어느 새 팩 토라져 인간들을 저주하고 욕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양 극단에서 진동하며 살아가는 바, 늘 그 종착역은 적당한 '거리두기'가 되기 일쑤다. 이런 개인의 성격..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산책자 이 곳에서 올 상반기에 한국 내에서 출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이 몇 권 있는데, 그 와중에 흥미가 강력하게 동하는 책이 나왔다. 사실 나온 것은 지난 주인데, 알라딘에 소개가 늦어져서 기다리고 있었다. 목차를 보니까 정말 괜찮다. - 목차는 위에 알라딘 링크를 타고 가서 보시길. -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관심이 가는 이유는 간명하다. 작년의 '촛불'을 '빨아주는' 책이 아니라는 점. 이 곳에 오기 전에 급히 사서 가져왔던 와 대척점에 서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담론 형성은 평소 '당대비평'의 색깔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는 듯하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당대비평은 '우리 안의 파시즘' 담론을 제기하며 소위 '진보 진영'..
오빠가 돌아왔다 -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p. 183. 여자는 요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그렇듯 관습적으로 우울하고, 물론 살기도 혼자 살고, 친구도 없다. 나중에 죄도 없이 할복을 당한 인형이 그녀의 유일한 친구다. p. 227. 재만은 입맛을 잃었다. 역겨웠다. 그는 찬찬히 면면들을 둘러보았다. 저 철면피들. 수천 명의 재산을 간단하게 꿀꺽하고도 아침이면 호텔 식당의 메로구이를 집요하게 발라먹는 저 놀라운 식욕, 추악한 욕망. 문제는 재만도 그들과 전적으로 같은 종자라는 데 있었다. 그제야 재만은 동업자들에게 철저히 냉소적인 조지 쏘로스의 심정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희대의 국제투기꾼을 생각하다보니 재만의 결론은 다소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그러니까, 네놈들 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