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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필자는 지난주 화요일, 한 지면에 피터 페리클레스 트리포나스의 (이제이북스, 2003)에 대한 독후감을 썼다. 그 글을 쓰면서 베이징 올림픽이 무르익고 있는 이때에 이런 독후감을 쓰는 건 “부담”스러우며, “이 글은 본전을 찾기 힘들다”고 서두를 뗐다. 원고를 송고하고 비겁함과 무력감에 시달렸다. ‘올림픽 광풍’을 혐오하고자 나는 에코라는 권위에 매달렸다. 그리고 글쟁이가 크게 손해 보는 글을 쓰면 쓸수록, 사회가 조금, 아주 조금 이득을 본다는 생각도 해 보면 안 되나? 워낙 이름 석 자에 호구가 걸려 있는 터라 나는 그걸 못한다. 기호학자이며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은 사이에 유럽의 축구문화를 조롱하는 여러 편의 에세이를 썼던 모양이다. 이 책은 단번에 외우기가 힘든 긴 이름을 ..
1. 시작하며 작가 조해선을 만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미술론 입문』의 레포트를 쓰기 위해 접근성이 용이하면서도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미술 전시회를 찾아 헤맸다 겨우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10일까지 세종갤러리 초대전으로 열렸던 그의 전시회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 가 본 세종갤러리는 실망스러웠다. 갤러리의 크기 자체도 지금껏 가왔던 대형 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8평 내외에 불과했고, 전시된 작품도 10여 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규모의 협소함은 오히려 전시장에서 별도의 큐레이터 없이 실제로 작가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히 작가와 단둘이 전시공간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