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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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허무

zeno 2006. 10. 27. 20:46

  시트콤 프렌즈를 결국 다 보았다. 대략 1년 3개월 정도 걸린 듯하다. 시즌 1부터 240여 개에 달하는 에피소드를 모두 본 것이니까, 시간으로 환산하자면 대략 80시간이다. 3일 하고도 하루 잘 시간을 이 것만 본다 할 때 필요한 시간인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라 '허무'를 느꼈다는 점이다.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는 로스와 레이첼의 사랑 재확인 이라는 결말은 내게 감동과 함께 허무를 느끼게 하였다. 나름 오랫동안 과업처럼 틈 날 때마다 해왔던 일이 끝나서라는 이유였을까. 혹자는 이런 것에서 허무를 느낀다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나는 허무를 느꼈다. 내가 평소에 허무주의에 천착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감정일까, 잘 모르겠다. '대장정'을 마쳤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런 시시껄렁한 내용 갖고 길게 쓰면 비웃음만 살 것 같아 잡다한 얘기는 접어두고 요점만 말하자면 나도 누군가를 잡으려 한다면 로스가 보인 용기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진부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나는 비합리적이고 또 충동적이며 단순한 사람이라 그냥 삘받는 대로 행동할 것이다. 상대가 원하는 기색이 없더라도 정말 내가 하고 싶다면, 질러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상대의 숨은 감정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방금 읽은 책에서 따온 건데, 기든스가 말한 '낭만적 사랑'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동이 '데이트 성폭력'의 일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 모르겠다.
 
  덧. 제니퍼 애니스턴은 정말 이쁘다. 속물근성일지 몰라도 내게 이쁜 건 이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