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 [결혼/일부일처제/축구/통념] 본문

평 / Review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 [결혼/일부일처제/축구/통념]

zeno 2006. 12. 3. 15:34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음/문이당

  p.50

  사랑에 빠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사랑의 고통이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어른이란 말은 '얼우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인 '얼운'에서 나왔으며 '얼우다'는 성교하다'라는 의미. 점잖게 말하자면 어른이란 결혼한 사람을 뜻하고 까놓고 말하자면 이성의 몸을 알게 된 이를 뜻한다.

  p.178

조금 도식적 이해일수도 있지만 기든스의 사랑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사랑은 열정 -> 낭만 -> 합류의 단계를 거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간직하고 있고, 또 막연하게나마 꿈꾸는 사랑은 낭만적 사랑.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나니 '합류적 사랑'의 단게를 꿈꾸어야 할 것 같다. 허나 그전에 나는 어서 '사랑'이라는 것을 내게 체험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p. 217

  삶이 어렵고 힘겹다 해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 살다 보면 힘겨움에도 적응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떤 일들도 겪다 보면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알래스카의 혹한도, 열대 지방의 무더위도 살다 보면 적응해 살아갈 수 있다. 삶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다만 견딜 수 없는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견딜 수 없는 순간을 견디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바꾸어 버린다. 둘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마음을 바꾼다.
  상황을 바꾸는 방법. 없다.

  진짜 삶이 '어렵고 힘겹다' 느껴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 상황을 바꾸는 방법은 진짜 없을까. 있지, 왜 없겠나. 그 방법은 '실천' 뿐일 것이다, 아마.
 
  오랫만에 '진짜' 재밌는 소설을 읽었다. 자신있게 '재밌다'고 추천할 수 있는 소설이다. 이미 엄청난 마케팅으로 인해 대략적인 플롯은 알려져 있지만 - 나와 결혼한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도 나와의 결혼을 지속하고 싶다고 하는 - 막상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비져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진짜 재기발랄한 소설이다. '일부일처제'라는 기존의 통념을 깨면서도 일반 독자 - 이 개념이 조금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 에게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미실'도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이 훨씬 재미있고 낫다고 생각한다.
  축구와 접목시킨 것도 기발하다. 보통 이런 특이한 시도를 한 소설들은 뒷부분에 가서 애초에 접목시켰던 요소를 잃어버리고 이야기만을 지속하다 끝나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이 책은 끝까지 축구와의 연관성과 그 구성을 잃지 않았다. 작가 본인은 축구 '광팬'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 노력만큼은 '매니아'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에 가서 생각거리를 던져주지만 난해했던 박민규의 '핑퐁'과 비교해봤을 때, 같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돈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을 재미를 선사한다.
  오늘부터 서평을 쓰면서 테마별로 분류하고, 점수를 매기기로 하였는데 - 난 무엇이든 평가할 때 점수를 굉장히 짜게 매긴다. - 그래도 그 '재미'라는 요소 때문에 별 네개 쯤은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