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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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생의 의지

zeno 2007. 11. 5. 22:56
  살아 보려고 노력 중이다. 아니, 살아 내려고 노력중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괴상한 자살불가론 때문에라도 자살 같은 건 생각할 수 없다. 아무리 삶이란 존재가 나를 엿먹여도 살아 내는 수 밖에 없다. 사실 삶이란 녀석이 골탕을 먹일 때마다 그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란 결국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수 밖에 없다 - 내 삶을 낭비하든, 성공만을 바라며 일로매진하여 살든, 어떤 형태로든 살아간다는 건 결국 삶이란 녀석에게 종속된 것 아닌가 - 고 생각되지만, 그야말로 바로 그 녀석이 노리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기존에 생각해 오던 자살불가론 - 내가 이 나이에 죽는다면 주변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며 슬퍼하지 않겠는가! - 때문에라도 죽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하지만, 그저 죽지 않을 뿐이지 살고자 하는 의지가 도통 생기지 않는다. 성공 따위는 오래 전에 잊었고, 인간해방은 너무도 추상적이고 먼 이야기라 전혀 손에 잡히지 않고, 여성해방은 당장 그 여성이라는 존재 때문에 힘들기에 와 닿지가 않고, 소설은 온통 연애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사회과학 서적은 읽을 때의 재미는 한 순간 뿐 이내 속으로 침잠해버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살아야지, 살아야지' 하지만 이내 곧 '왜?'라는 의문만 생길 뿐, 아무런 생기가 없다. 다시 말해, '기계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저 해야 하는 일들은 '최소한'으로 시늉만 할 뿐이지 내용이 없고, 새로이 해야 할 일들은 결코 벌리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학교만 오갈 뿐, 하는 일이 전혀 없다고 보아도 좋은 것이다! 맙소사, 난 나라는 존재로부터, 혹은 이 사회로부터 '소외'된 것인가?
  시간만 갈 뿐, 되는 일도 없고, 더 이상 억지로 생의 의지 따위 짜내기도 지친다. 그렇다고 1년 반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세월 타령만 할 뿐이다. 차라리 알을 깨지 말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