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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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시차 적응

zeno 2007. 10. 4. 01:21
  에, 한국에 온지 벌써 만으로 3일 째다. 그런데 시차적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첫 날엔 피곤한 걸 참다가 12시에 자려 했는데 막상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고, 어제는 녹두에서 달리다가 한 5시 쯤에 잤던가. 그러고 낮잠도 안 잤는데 - 물론 하루종일 피곤하긴 했다 - 잠이 안 온다. 제길. 자야지 내일 하루 그나마 제대로 보내는데.
  난 술이 약하다. 그래서 맥주 한잔만 마셔도 취기가 올라오고 - 사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몸이 약해졌는지 요즘엔 그러더라 - 잠을 청하면 잘 수가 있다. 비행기 내에서 항상 취하는 방법이다. 오늘도 역시 그 방법을 빌고자 냉장고를 뒤졌더니, 역시 맥주가 없군! 어머니께서는 와인을 권하시지 맥주를 마시는 걸 싫어하셔서 내가 사다놓지 않으면 집에 맥주가 없다. 기껏해야 먹다 남은 스타우트 캔 하나. 꺼내서 맛을 봤더니 으에. 이건 살짝 쓰지만 탄산이라곤 전혀 없는 맹물맛의 갈색 액체. 이거라도 먹고 자볼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내린 결론은 괜히 잘못 먹었다가 이상한 병 얻지 말고 그냥 참자는 거. 으에, 자고 싶어.
  사실 난 자는 거에 대한 기괴한 강박을 갖고 있다. 전날 충분히 자지 않으면 그 다음날 제대로 살지 못할 거라는 강박. 고교 때 담임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생긴 생각이다. 사실 하루 정도 제대로 자지 않아도 그 담날은 평소와 크게 다른게 없는데 그냥 무언가 '삶의 질'을 추구해야된다는 강박에 빠져서 잠은 꼬박꼬박 챙겨 자려고 한다. 그런 내가 이렇게 못 자고 있으니! 흐, 사실 할 일이 앞으로 많으니 더 자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으아, 그저 우울한 밤이다. 비가 와서 그런가. 은근히 날씨도 몹시 많이 타는 듯. 아, 가을 심하게 타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