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7 년 4/5 월 제 84 호 / 학교에서 '사랑'을 나누는 사소한 방법 :: 저조한 헌혈 참여율로 존폐 위기에 놓인 서울대 헌혈의 집 본문

저널 / Zenol

2007 년 4/5 월 제 84 호 / 학교에서 '사랑'을 나누는 사소한 방법 :: 저조한 헌혈 참여율로 존폐 위기에 놓인 서울대 헌혈의 집

zeno 2007. 9. 10. 00:20

조홍진 기자 / zen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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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4월 4일, 수요일.

어젯밤 TV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헌혈’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본 기억을 뒤로 하고, 나올 때 챙겨온 신문을 펴니 ‘B형 혈액 재고량 1일치 밖에 안 남아’라는 글씨가 보인다. 또 피가 부족한가 보다. 지하철을 타려는데, 누군가 팔을 붙잡는다. ‘헌혈의 집’ 버스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다. 무시하고 학교에 와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학생회관 주변이 시끄럽다. 동아리 소개제와 총학생회 선거운동이 겹친 모양이다.

 

학생회관에 헌혈의 집이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그러나 반대쪽 자연대 편은 조용하다. 특히 보건진료소 입구 주변은 화창한 봄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산하다. 보건 진료소 안 구석 깊이 자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헌혈의 집’ (이하 교내 헌혈의 집) 역시 인적이 드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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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 헌혈 참여율 현저히 저조해

2006년 10월 대한적십자사 자료를 기준으로 30,123명(대학원 포함)이 재학 중인 서울대학교의 작년 헌혈자 수는 월평균 264명에 불과해 헌헐률이 약 10.5%에 그쳤다. “적을 때는 하루에 5회 정도고, 보통 10회 이하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많아야 30명 정도가 전부다. 같은 서울 시내 대학교들과 비교해 볼 때 헌혈 자원이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횟수가 매우 저조하다”며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평균 헌혈 횟수를 밝히는 대한적십자사 간호사 이준희 씨의 말에는 씁쓸함이 묻어난다. 이 씨의 말마따나 통계로 드러나는 서울대생의 교내 헌혈 횟수는 매우 적다. (표 1 참조)

 

<표 1> 서울대 헌혈의 집 2006년 및 2007년 헌혈자 수 (3월말 현재)

서울대 헌혈의 집은 여타 헌혈의 집보다 넓은 실내 공간에 네 개의 채혈용 침대를 갖추는 등 우수한 시설을 자랑한다. 대다수 헌혈의 집들이 지하철 역사 구석에 붙어 있거나 이동식 버스의 형태로 이뤄져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교내 헌혈의 집 시설은 뛰어난 편이다. 각 침대마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 컴퓨터가 비치돼 있고, 헌혈 전 문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만화책을 비롯한 각종 도서들이 구비돼 있다.

 

침대에 설치된 노트북 컴퓨터. 보통 다른 헌혈의 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이 정도의 시설을 갖춘 헌혈의 집에서는 보통 연 5,000회 이상의 헌혈이 돼야 존재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작년 교내 헌혈의 집의 헌혈 횟수는 총 3,169건에 불과하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총 155건의 헌혈만이 이루어져, 일평균 5회에 그치기도 했다.

이렇게 저조한 실적은 헌혈의 집 폐지 논의로 이어졌다. 헌혈자 부족과 근처 헌혈의 집 간호사 부족이 그 이유였다. 실제로 인근 서울대입구역 현혈의 집과 비교해 볼 때 훨씬 더 나은 환경에도 불구하고 교내 헌혈의 집에서는 60% 가량의 헌혈만이 이루어졌다. (표 2 참조)

 

<표 2> 서울대입구역 헌혈의 집 2006년 헌혈자 수

지난 1월과 2월에는 방학중 헌혈자 수 급감을 이유로 교내 헌혈의 집은 ‘일시적 폐쇄' 상태에 들어가기도 했고, 교내 헌혈의 집이 속한 서부혈액원 차원에서 폐지 논의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논의는 ‘국내 최고 대학교’라는 인정을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의 위상과 상징적 의미를 고려해 유지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헌혈의 집 측에서는 자발적인 헌혈자 수가 늘지 않는 한 존재 의미가 크게 퇴색된다고 걱정하고 있다. 인근 서울대입구 역 헌혈의 집은 문영여고를 비롯한 근처 고교 학생들의 자발적 헌혈로 1년 내내 고른 실적을 올린 것에 비해, 교내 헌혈의 집에서는 3월 중 신입생 헌혈 및 학군단의 단체 헌혈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학기 중이나 방학 기간에는 횟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헌혈은 '사랑'을 나누는 행위

그러나 서울대생 모두가 헌혈을 잘 하지 않는다고 일반화할 수만은 없다. 혈소판 성분 헌혈을 포함해 69회 헌혈한 이상엽(응용생물화학 01) 씨에게 헌혈의 이유를 묻자 “특별한 이유는 없고 필요한 사람을 도왔을 뿐이다. 어차피 남는 피를 나누는 거 아닌가”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 외에도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100회가 넘는 헌혈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다.

꼭 수 백 회의 헌혈 기록을 가진 사람들만이 희망은 아니다. 바쁜 학교생활 와중에 짬을 내 자발적으로, 혹은 친구의 권유 등으로 한 회씩 횟수를 늘려나가는 학생들에게서 이상엽 씨처럼 '사랑을 나누는' 헌혈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적십자사 등록회원으로 지금까지 10회 가량 헌혈을 했다는 김민수(정치 05) 씨는 “틈이 날 때마다 헌혈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헌혈을 꾸준히 할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김민수 씨는 “약대 등에서 실험을 위한 용도로 혈액을 제공할 경우 소정의 수고비를 지급받을 수도 있다. 지금의 유인만으로는 특별히 교내에서 헌혈을 할 동기가 부족하다”며 헌혈의 집 측에서 학생들이 헌혈에 참여하도록 만들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학생회관 곳곳에는 기념품을 알리려는 노력이 스며 있다.

한편 교내 헌혈의 집에서도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편익이 될 법한 유인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29일 갑작스러운 비가 오자 평소에 기념품으로 제공하던 우산을 헌혈 시 나눠준다는 공고를 새로이 붙이는 기민한 대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헌혈 같은 일종의 '기부'행위는 결국 '하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헌혈의 집에서 노력한다 하더라도 하는 사람이 없다면 헌혈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최근 학관 곳곳에 혈액 급구 공고를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내거는 등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교내 헌혈의 집에 조금만 더 신경을 씀으로써 피가 필요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이준희 간호사가 알려주는 헌혈에 관한 궁금증 세가지!

Q1. 헌혈을 하면 정말 AIDS에 걸릴 위험이 있나요?

A1. 헌혈의 집에서 사용하는 채혈용 바늘을 비롯한 키트는 모두 1회용. 따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AIDS에 감염될 가능성은 0%. 채혈 시간 동안 헌혈자 간 접촉할 가능성도 전혀 없으니 AIDS 감염 가능성은 걱정 마시길.

Q2. 정말 헌혈을 하면 건강해지나요?

A2. 헌혈을 통해 건강해진다기보다는 몸에 좋다고 봐야 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적혈구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줄여줘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 효과로는 심장병 발병률이 낮아지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 한편 여성의 경우 건강할 때에만 할 수 있는 것이 헌혈이기에 헌혈 문진을 통해 자신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Q3. 헌혈을 할 때 여/남 차이가 있나요?

A3. 헌혈 가능 기준은 본디 체중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여/남 차이는 없다. 체중의 경우에는 남자 50kg 이상, 여자 45kg 이상이 기준다. 다만, 헌혈 가능한 헤모글로빈 수치가 전혈의 경우 12.5g/ml 이상이 요구되는 데, 여성의 경우 정상적인 수치가 12.0g/ml이기에 많은 여성이 비중 문제로 헌혈하지 못하곤 한다. 성분 헌혈의 경우, 12.0g/ml만 되도 무관하기에 그닥 까다롭지 않다. 정상적인 남성의 경우에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보통 13.0g/ml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