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혼 본문

저널 / Zenol

결혼

zeno 2007. 8. 28. 10:51
  결혼을 했다. 한 때 좋아했던 그녀와. 처음에는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했다. 꽤나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일이 현실화된 것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처음부터 터져나왔다. 하나의 완전한 사회인이 아닌 학생으로서 '유부남'이 된다는 것은 학교 내외의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이상한 시선, 차별 등을 받아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내 사고나 행동 수준은 결혼 이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것은 나와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난 예전에 하던 것처럼 이성들에게 장난을 쳤지만, 그게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배우자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으로 비춰졌기에 그들은 날 피했다. 그래서 난 동성들과만 놀 수 밖에 없었고, 그들마저 '유부남'인 나와 놀기를 부담스러워 하였다. 그렇게 난 모든 행동에서 제약을 받았고, 그것에 괴로워하다가 잠을 깼다.
  꽤나 오랫동안 결혼에 대한 환상을 가져왔었다. 그런데 막상 간접 체험하고나니 생각보다 지금 시점에서 결혼을 한다는 건 내게 부담으로 다가올 것 같다. 다시 생각해 보아야 겠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다른 곳으로까지 뻗쳤다. 또래들보다 일찍 결혼한 나만 해도 이런데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이 세상은 얼마나 살기 힘든 곳일까? 여성, 장애인, 빈자, 동성애자 등. 2007년의 한국은 '주류'가 아니라면 꽤나 살기 힘든 곳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