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칠리아의 암소 / 진중권 본문

저널 / Zenol

시칠리아의 암소 / 진중권

zeno 2007. 8. 25. 23:12

p. 26
그들(극우파)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 유일한 이유는 자기들의 광신적 반공주의를 심오한 인류애로 미화하기 위해서다.

p. 88
지나친 개인주의는 그 반대편에 있는 균형 추로 전체주의적 열망을 요구하는 병이다. 가령 이기적 동기를 위해 살아가는 외로운 단자들, 이들도 한편에선 타인과 공유할 공통의 가치를 열망한다. 그리하여 자기들의 이기적 삶에 의미를 부여해줄 어떤 공통의 목표를 찾으려 할 때, 이들은 아무 생각없이 실존주의에서 곧바로 국가주의로 '도약'을 해버린다.

p. 95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이념'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다. 그래서 하나의 이념이 좌초했다고 그로써 삶의 전 의미를 잃지 않는다.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가 속한 집단에 함몰되지 말고 거기에 대해 항상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권력에 대항하는 힘이 또 하나의 리바이어던으로 타락하는 걸 막을 수 있다. 또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현실을 극화하지 않고 그것을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낭만주의라는 병적인 죽음의 충동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다.

p. 114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얼굴에 성조기를 그리고 다니는 괴상한 애국주의가 아무 무리 없이 결합되는 이상한 나라, 다양하게 획일적인 '세계제국'의 중심 United States of America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