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심장 오른쪽 흉부 전면에 켜켜이 쌓여 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요 얘기 조 얘기를, 그렇게 또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지만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하지 않은 말'이 아니라, '하기 힘든 말'이다. 전면에서는 하기 힘들어서이기도 하고,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답답해서이기도 하니까. 사실 지금 제대로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끄적이는 걸로. 너무나도 꼬이고, 삭았고, 얼룩져 있고, 상처 투성이인 마음이 풀어질 수 있을까. 특정 인에게만 해당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니, 본인이 아닐 성 싶으면 보지 않으셔도 좋을 듯.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시금 당부 드리건대, 아니다 싶으면 안 읽으셔도 돼요. 아, 이렇게 '장치'까지 써 가며 공개적인 장소에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하나 정도는 짐작이 가요. '당신' 앞에서 얘기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이상해요. 왜 당신 앞에서는 얘기하기가 힘들까요. 특히, 그 중에서도 당신을 속칭 '까는 게' 힘들어요. 다른 사람들, 가족들, 동기들, 선배들, 심지어 후배들까지 쉽게 까는 난데 왜 당신은 까기 힘든 걸까요. 으으, 아마도 당신이 짐작할만한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흐흐, 어제는 당신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마냥 까였죠. 솔직히, 조금 아프더라구요. 다 맞는 말인거 인정하고, 당신을 다시금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는데, 으으, 원래 그랬던,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던, 비판에 정말 약한게 바로 나라는 사람이더라구요. 흐흐, 그리고 입 벙긋도 제대로 못했죠. 앞에서의 그 잘난 '이유' 때문에. 당신은 그랬죠, 당신이 내 상황이라면 당신을 '쓰레기'라고 할 거라고. 흐흐, 맞는 거 같아요. 뭐, 근데 당신은 다른 사람들한테도 그러니까 굳이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랬죠. 근데 자꾸 신경이 쓰여요. 그 역시 그 '이유' 때문인듯 하고요. 제가 지난 짧은 20년 간의 삶 중 한동안 갖고 있던 일종의 '나쁜 사람 컴플렉스'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아마 쓰레기라고 치부하지는 못할 듯하네요. 자꾸 당신이 그런 얘기를 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게 일부러 그렇게 대하기를 바라는 거 같거든요. 흐흐, 그래서 억울해서라도, 아니 악감정에서라도 그렇게 못하겠어요. 아마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할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사람한테 그랬듯, 그 궤적을 똑같이 따라가는 것 같거든요. 다른 궤적은 별로 상상하고 싶지도, 상상되지도 않네요. 다만, 종종 그렇게 굴지도 몰라요. 너무 힘들어서요. 계속 힘들었는데, 앞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그렇다고 포기해 버리긴 힘들어요.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태산인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진심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게 그렇게 굴지도 몰라요. 으으, 그래도 놓치고 싶지는 않다는 본심은 그대로이겠죠.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고, 짜증나고, 화나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그래서 더욱 앞에서는 하지 못하고 이렇게 비겁하게 뒤에서 하게 됐는데, 그렇다면 미안해요. 내 한계가 이것 밖에 안 돼서 그러는거라, 그래서 더욱 미안해요. 당신이 내게 마구 욕하고, 화내고, 지워 버린다면, 어쩔 수 없겠죠. 저는 또 혼자 바보같이 아프다 아프다 그럴 테니까요. 다시 한번, 미안해요. 그렇지만 이 건 정말 '하기 힘든 말'이었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비겁하게 굴 게 되었어요. 정말,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