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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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침햇발 / 국외 캠퍼스 만든다고 명문대 될까 / 정남기

zeno 2007. 2. 23. 11:29

  미국 동부 뉴햄프셔주에는 킴벌유니언이라는 사립 고등학교가 있다. 한국에도 이름이 나 꽤 많은 학생들이 이 곳 문을 두드린다. 놀라운 것이 하나 있다. 학생은 400명이 안 되는데 면적은 600에이커(73만평)에 이른다. 시설 역시 한국의 작은 대학교 수준이다. 매사추세츠주의 또다른 사립 고등학교 쿠싱아카데미 학생들은 모두 노트북 컴퓨터를 갖고 있다. 교사가 강의하면서 전자칠판에 적은 내용이 나중에 파일로 만들어져 노트북에 전송되기 때문이다.
  사실 캠퍼스와 시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중위권 학교밖에 안 된다. 최고 수준에 있는 명문 사립학교들 가운데 이들보다 시설이 훨씬 떨어지는 곳도 많다. 중요한 점은 교사들의 자질과 태도다. 명문 사립학교 교사들 가운데는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인들이 그렇게 열망하는 하버드대 출신 교사가 5~6명씩 끼어 있는 학교도 있다. 교사 한 명에 학생 수는? 7명 안팎이다. 선생과 학생의 일대일 교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내용으로 따지면 변변찮은 한국 대학보다 낫다.
  물론 엄청난 수업료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름난 대학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한국에서 공부하느니 이렇게 여건 좋고 대학 가기도 쉬운 미국에서 학교를 보내고 싶은 심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중고생들의 사교육비가 한달에 몇백만원에 이르는 현실이다 보니 아무리 막아도 국외 조기유학은 계속 늘어가는 게 현실이다.
  조기유학 붐에 자극받아서일까? 아니면 개방화의 흐름 때문일까? 국내 대학들이 국외 대학 캠퍼스 개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서울대와 이화여대가 이미 설립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다른 대학들도 국제학부 설립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심지어 영남대 등 지방 대학들까지 외국 대학 캠퍼스 개설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 등은 국제학부를 중심으로 외국 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런 방식으로 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최근 대학들의 움직임을 보면 영어강의 개설, 국제학부 신설, 국외대학 캠퍼스 설치라는 정형화된 공식을 똑같이 밟아가고 있다. 마치 유행을 따라가는 듯하다. 그러나 내실을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조사한 2006년 한국 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4.8명이다. 서울대도 전임교수 2천여명에 학생은 2만8천명에 이른다. 미국 사립 고등학교만도 못한가 하는 자조감이 든다.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을 비롯해 많은 교수들이 표절 시비에 휘말려 있다.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영어강의도 좋고 국외 진출도 좋지만 앞뒤가 바뀐 느낌이다.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교수와 학생들의 질을 높여 내실을 다지는 데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보자. 설립된 지 불과 11년 만에 하버드·예일·프린스턴대에 매년 5~6명의 학생을 입학시키는 명문 고등학교로 자리를 잡았다.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성공의 비결은 학생한테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도 국제화 시대라는 데 이의를 달 생각은 없지만 국제 수준에 한참 못미치는 학교들이 외국 명문대 캠퍼스를 만든다고 인재들이 찾아드는 것은 아니다. 명성이 쌓이면 사람은 모이기 마련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찾은 것처럼. 아무리 한국 교육이 낙후됐다고 대학이 고등학교만 못해서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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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 아침에 학교 오는 길에 읽다가 무슨 조선일보 칼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급버럭했다. 한겨레 논설위원이 어째 조선일보 논설위원이랑 논조가 같다고 느껴진다.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