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리 쓰는 여행 일기] 1.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allez! D-180 본문

여행 / Backpacking

[미리 쓰는 여행 일기] 1.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allez! D-180

zeno 2012. 1. 19. 22:51
지하철에서 내리던 찰나였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라는 90년대의 문구가 떠오른 것은. 그 구절을 음미하며 걷다 보니 allez는 덤으로 따라 왔다. 가자!

사실 여행을 마음에 품은 건 2년 전이다. 애초 목표는 석사 논문을 마친 뒤 한달 정도 떠나는 것이었다. 그게 작년 이맘때쯤 좀 더 가고 싶어져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고자 예금과 적금을 들었었다.

석사 논문 작성을 한 학기 미룬 지금 시점, 더더욱 여행이 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사실 이달 초부터 적금을 하나 더 들었다. 애초 목표가 석사과정 동안 모은 돈을 모두 써서 한달 정도 여행가는 것이었기에 이왕 모으는 거 좀 더 가열차게 모아보잔 생각에서였다. 

적금을 하나 더 들자, 여행지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현재 시점에서 염두에 두는 곳은 베트남이나 라오스. 오래 모았다고는 하지만, 애초 삶의 지향대로 가난하게 살고 있다보니 모은 돈으로 동남아시아를 벗어나서 한달이나 여행할 자신은 없다. 

사실 이런 생각할 때 논문 연구를 조금이라도 더 하는게 바람직하겠지만, 어쩌겠나. 요즘 논문에 대해선 의욕이 없는 걸.

애초 여행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가장 최근에 한 '여행'(소소한 것을 제외하곤)에서 지난 2006년 여름 이래 느꼈던 것을 재확인했었기 때문이다. 외로움, 혹은 애인과 함께 다니고 싶다는 마음. 

이 지랄 맞은 감정/욕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고생하며 돈 쓰고 시간들여 다녀도 즐겁지 않은 여행이 연속됐다. 그래서 그만큼 현재 계획하고 있는 졸업 기념 여행을 오래 별러 왔었다.

아마도 결국 이 여행은 혼자 가게 될 것 같은데, 올해 들어서는 이렇게 된 거 혼자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 스타일을 버려보자는 생각도.

(예전 스타일은 차차 차후의 일기에서 공개할 생각이다.)

그러던 차에 오늘 공부를 하다가 생각이 들었다. '여행 일기를 미리 써보면 어떨까?'

색다르고 재밌을 것 같다. 여행 계획도 짜게 되고, 사람들의 조언도 듣고, 살아있음도 알리고.

사실 인터넷 활용을 이렇게 좋아하면서도 자제한지 5년은 더 넘은 거 같다. 혹자들처럼 외로움을 타면서도 그걸 밖으로, 특히 블로그 같은 공간을 통해서 '애정결핍'을 드러내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가져왔다. 어려서부터 '싸이어리'를 싫어했던 터라 그와 달리 속에서 삭히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 기획은 실패했다. 실패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골병 든 마음을 갖고 '자기치유'하는 것은 실패했으니까. 

흠... 쓰다보니 자폐적으로 간다. 여튼, 다시 밝게/쿨하게 가자면, 스스로의 한계를 보다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 그 질곡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미리 쓰는 여행 일기'다. 생각보다 재밌는 기획이 될 것 같다. 180일 남았다는 것은 임의로 붙인 숫자다. 아마 반년 쯤 뒤에 떠나겠지만, 정확한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다. 논문 마무리가 빨리 끝나면 빨리 떠나는 거고, 지체되면 늦어지는 거고. 여행기간과 여행지도 마찬가지.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공개 정도는... 글을 쓰기 전까지는 블로그에 국한하려 했지만, 어차피 공개하는 거니 평소 성격대로 가능한 광역으로 가고자 한다. 물론 이 역시 차후 경과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allez!

2011년 1월 19일

Z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