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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2PM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zeno 2010. 2. 28. 17:35

남성 댄스아이돌 2PM의 리더 박재범의 사적 기록으로부터 촉발된 이른바 '박재범 사태'가 '2PM 사태'로 비화되고 있다. 소속사 JYPE와 나머지 그룹 멤버들, 그리고 팬들간에 이뤄진 간담회에서 멤버들이 박재범의 문란한 사생활을 근거로 탈퇴에 동의한 것에 대해 팬들이 다른 멤버들의 사생활 역시 문란하다며 폭로전에 나선 것이다. 이에 당혹감을 느끼고 생각을 잠깐 정리해보려고 한다.


  먼저, 현재 박재범 팬들이 벌이고 있는 활동은 결국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다. 애초에 박재범이 동아일보에 의해 소셜네트워크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남겼던 기록이 공개되어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처럼, 사생팬들의 제보를 근거로 나머지 2PM 멤버들의 사생활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박재범 사태 당시에도 개인의 사생활이 공개된 것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프라이버시 폭로가 충분히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집단 무의식에 자리잡은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프라이버시 VS 프라이버시의 구도는 이미 '프레임'화 되어 나머지 멤버들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결코 승리할 수 없는 구도다. 그렇게 나올수록 박재범의 팬들은 이른바 '빠순이'라는 호명 아래 박재범의 팬이 아닌 2PM 팬들과 나머지 한국인들 - 박재범 사태에 큰 관심이 없거나, 여론에 따라 박재범이 잘못했다고 여기는 사람들 - 로부터 '타자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2PM 멤버들 역시 박재범과 별 다를바 없는 '문란한 사람'이라는 식의 물타기로는 일반인들로부터 박재범 복귀에 대한 지지여론을 형성할 수 없다. 따라서 그/녀들에게 필요한 대응방식은 짜여진 프레임 바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물론 박재범 팬들의 문제제기 방식은 일부 정당하고 옳다. 마이스페이스의 내용이 공개된 이후 JYPE에서 박재범을 내친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행동이었다. 그야말로 꼬리자르기였으니까. 따라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JYPE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는 오롯이 정당하다. 문제는 다른 2PM 멤버들에 대한 비판이다. 물론 '와일드 바니' 같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졌던 우정이 이렇게 돈 앞에 무너지냐는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연예계 현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박재범은 기획사/소속사와 비대칭적인 관계였다. 연습생의 신분으로 들어가 실력과 운이 모두 갖춰지면 데뷔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데뷔는 그야말로 꿈에 불과하니까. 데뷔한 뒤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 보호력을 갖추지 못하면 내쳐진다는 것은 이번 박재범 사태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박재범 뿐만 아니라 다른 2PM 멤버들에게도, 다른 '기획사 육성 연예인' 모두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일례로, 동방신기의 노예계약이 반년전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가. 따라서 작금의 2PM 사태는 다른 멤버들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박재범의 소속사 JYPE 혹은 연예기획사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박재범 팬들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박재범이 팬들의 후원금만으로 한국 내 방송으로 돌아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에서 연예인 데뷔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책은 나오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JYPE에 대한 문제제기와 여론 형성이다. 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다른 팬들과의 연대다. 사태를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작년 불거진 동방신기의 노예계약 문제, YG와 권지용의 관계 등 비대칭적인 소속 연예인과 소속사 간의 관계로 고생하는 연예인과 팬들이 있다. 따라서 박재범 팬들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행동 중의 하나는 이들과 연대하여 본격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의 문화운동이 아니라 단순히 감정적으로 JYPE와 나머지 2PM 멤버들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자본과 언론과 보다 친화적인 JYPE에 의해 '사회적 무관심', '빠순이라는 낙인' 등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부디 이번 2PM 사태가 잘 마무리되어 팬들의 마음에 평화가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