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신자유주의 (17)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장 좋다는 경제학과를 다니는데, 전공 수업을 세 개나 듣는데, 그 어떤 교수도 최근의 미국발 금융 위기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경제학은 그럼 먹는건가효? 엄마가 보는 증권 관련 케이블 티비에서도 최근 국내외 금융 동향에 대한 분석과 예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경제학 교수들은 입 벙긋 하지 않는다. 증권 케이블 채널이야 돈 벌기 위한거라고 치자. 그렇다면 증권은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가? 지금 수업중인 주식 채권 파생상품 이란 과목은 뭥미? 금융은 워낙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높아서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다고 치자. 그렇다면 경제학은 도대체 뭐하는데 써먹는 거임? 돈 버는 학문도 아니요, 현실 경제를 설명 해석 예측 처방하는 학문도 아니요. 그저 비주류 경제학 짓밟고 올라서서 '내가 킹왕짱..
술 기운이 다 가시기 전에 꼭 써야겠어서 짧은 메모로나마 남겨보려고 했다. 그래서 글과 제목이 모두 조악할 수 있다. 오늘 한 수업의 종강파티가 있었다. 서울대입구역의 한 음식점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만나 저녁을 먹고, 근처 술집에 가 뒷풀이를 즐겼다. 그 교수가 강의한 두 수업의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는데, 공교롭게도 대부분 한 수업의 학생들만이 와 있었다. 전혀 엄밀한 조사 및 연구를 거치지 않은 추론이긴 하지만, 그 수업의 학생들은 대부분 05학번 이상의 이른바 '고학번'들이었다. 그래서 10명이 겨우 넘는 숫자에도 불구하고, 기말고사 기간이라는 악재를 뚫고 거의 모든 학생들이 교수와의 종강자리에 참석하였다. 한편, 소수의 학생들만이 온 수업은 대부분 06학번 이하의 이른바 '저학번'들이 듣는 수..
세계는 평평하다 -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김상철.최정임 옮김/창해 1. 세계화의 배후 2005년 겨울이었다. 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특이한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유명 작가의 책을 사면 그의 신작을 덤으로 준다는 것이었다. 바로 토머스 L.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사면 『세계는 평평하다』를 함께 주는 행사였다. 이 독특한 마케팅 전략은 혁신적이었다. 재고품도 아닌 새 책을 무료로 주는 대신 미래 독자- 당사자와 주변인 -를 확보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성공을 거두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세계화를 논하는 작가 중 프리드먼만큼 유명하고 돈을 많이 번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프리드먼이 그의 저작들에서 공통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세계화의 모습을..
한미 FTA 비준이 예상되고 있고, 국내 1위 기업 삼성이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가 된 오늘날 세계화는 어느덧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어휘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1997년 겨울에 밀어닥친 IMF 외환위기는 한국이 더 이상 결코 세계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나라가 아님을 전국민 모두에게 각인시켜주었다. 이런 세계화가 과연 진정 무엇인가에 대해서 ‘단일한 합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논자마다 제각기 정의가 다르고, 입장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들 오늘날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경제적 세계화의 기저에 이른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만큼, 실제로,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세계화의 알파요, 오메가다. 이 흐름은 대체로 20세기 초에 등장해 약 반세기..
1) 제목 : 2008년의 한국 대학, 사회의 ‘위험’이 되다. 2) 위험사례 선택의 이유, 근거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은지도 벌써 5년째다. 고3 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이 대학에 간다는 이야기다. 이는 OECD 평균은 물론, 대학 진학률이 높다고 하는 나라 중에서도 당연 발군의 진학률이다. 그렇다면 2008년 현재, 한국 사회는 그런 고학력자들이 살기에 좋은 나라일까? 슬프게도 답은 아니오, 이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오늘날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은 근대 이후이다. 특히, 분과학문체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 뒤로부터 이른바 ‘종합대학’이 존재하게 되었다. 근대 이후의 대학은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지식과 ‘교양인’에게 걸맞은 교양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의 지적 수준을 상승시키고, 선학의 지적 유산을 보존하..
'세계화와 싸운다'라는 책 제목을 패러디 해봤다. 그만큼,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마구마구라는 온라인 게임이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마구마구에서 이기기란 단순하다. 좋은 투수를 사 투수 싸움인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의 4각에 강력한 승부 구질만 전력 투구하면 게임 셋! 당황한 상태의 실투만 놓치지 않고 받아치기만 하면 1점이고 3점이고 내어 승리할 수 있다. 아, 물론 이 때 좋은 타자를 사 컨택을 높이고, 빠른 발을 갖추어 수비를 잘 하는 것이 승률을 높인다. 두뇌 대결의 미학인 야구를 단순한 4각 맞추기 - 야구가 무슨 야바위인가? 1/4의 확률에 전신을 내어 맡기게 - 의 유아 수준 게임으로 끌어내려 버린 것이다. 그만큼, 마구마구는 단순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역시 그렇지 않..
지난 2000년에 개봉했던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세간에 ‘발레 하는 남자아이 이야기’로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대충 ‘내용’은 아는 그런 영화이다. 실제로, 그런 인식은 그다지 틀리지 않다.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11살의 소년답게 미래를 걱정하며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살기 보다는 진정으로 발레가 하고 싶어서, 발레를 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어서 발레를 한 소년의 성장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조금 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 굳이 대학에 와 접하게 된 ‘페미니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부당한 여성성과 남성성의 규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던 ‘빌리’와 ‘마이클’이라는 두 소년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영화라는 것이다. 한편, 이 글의 존재 의의상 ‘경제사’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