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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지음/달 아름다운 것 p. 21. 그때 칠흑같이 어두운 속초 앞 밤바다에, 마치 물 위에 잠실야구장이 몇 개나 떠 있는 것 마냥 무섭도록 환한 불빛들이 수백 척의 오징어잡이배에서 쏟아져나오던 광경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나는 내가 본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것. 오직 너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것. 연애의 풍경 p. 104. 난 여자가 사랑에 완벽하게 빠졌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너무나 충만해서, 기쁨에 겨워 눈은 반쯤 감긴 채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누군가를 한없이 바라보는 바로 그 표정. 이석원이 행복하게 늙어가기를 바란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나이보다 열 살은 족히 들어 보이는 늙수그레한 외모, 보는 사람의 생기마저 앗아가 버릴 듯한 음울함, 히키코모리를 떠오르게 하는 무뚝뚝함, 그야말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온몸으로 체현하고 있는 듯한 그, 이시가와. 이미 개봉한지 시간이 지난 터이고, 또 영화 자체가 초반에 용의자 X의 정체를 공개하니 여기서도 까놓고 시작해보자. 그렇다. 예상대로, 이시가미가 용의자 X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를 떠올린다면 그대는 인문학의 영향을 '좀' 받은 이일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시가와는 '인간'인가? 앞서 외양과 느낌을 묘사한 데서 느껴지듯이 그란 인간은 사실 일반적 '인간'의 상과 상당히 다르다. 아니, 오히려 가장 멀리 ..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 이지민 지음/문학동네 p. 205 진짜 똑똑하고 예쁜 여자들은 능력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냥 사랑하는 남자들이 죄다 능력이 있다. 선정적인 제목 탓에 보게된 책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는데, 나쁘지 않다. 일종의 연작 소설 시도도 보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은 똑같은 상황을 보는 시각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 생물학적 성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잘못하다간 섹스 결정론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판단 보류. 사실 읽은지 너무 오래 됐다. 간간이 관심을 갖고 지켜볼 작가가 생겼다는 정도.
여자에게 - 장영희 외 지음/한겨레출판 p. 16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1분이 걸리고 그와 사귀는 것은 한 시간이 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하루가 걸리지만, 그를 잊어버리는 것은 일생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니 남의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만큼 보장된 투자는 없다. 사람은 단지 인(人)에서 끝나지 않고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존재 의미가 있다. p. 39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괜히 긴장하지 않겠다. 무작정 무서워하지 않겠다. 다가오는 사람들을,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고 겁내지 않고 차분히 받아들이겠다. 지나친 독서는 미리 겁을 주는 역할도 한다. 다 자라기도 전에 마구잡이로 읽은 무수한 소설들은 사랑을 무서운 일로, 파괴적인 일로 묘사했다. 고전 ..
진화하는 결혼 - 스테파니 쿤츠 지음, 김승욱 옮김/작가정신 사실 오늘 발견한 책 중에서 더욱 관심가는 책은 이 책이다. 결혼에 대한 관념이 서구 문화에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우리들에게 결혼과 사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줄듯하다. 일생의 화두이기도 하나 사랑을 다루고 있고, 최근 들어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된 결혼의 문제도 파고들고 있으며, 전공을 고려하고 있는 문화사라는 분야의 책이라는 점에서 이래저래 관심이 간다. 생각보다 학문의 범위는 참 넓은 것 같다. 역시 로쟈의 블로그에서 일별.
최근 연애에 관해 감명 깊은 구절을 봤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잘 받지, 못 받아보던 사람은 줘도 못 받아서 허우적대고,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고. 맞는 말 같다. 그래서 어렸을 때 연애를 해봐야 하나보다. 경험이 좀 있더라면 잘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어설픔만 반복하다가 실패로 끝났던 것 같다. 줄 줄만 알지, 받을 줄 모른다는 것도 큰 병인 것 같다. 그 주는 것마저 순수하지 못해서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고. 상처 줄 것이 겁나고, 상처 받을 것이 겁난다면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서로를 위해서다. 파국을 두려워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지만, 파국으로 끝날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려는 연인들은 말리고 싶다. 성급한 욕망에 몸을 맡기다가는 정말 파국만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 여자의 침대 - 박현욱 지음/문학동네 pp. 74-75. 아무도 파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사람이 우리가 바라는 사람이 아니기에 우리는 아무도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결코 아무하고나 사랑할 수 없다.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기준이 있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어야만 비로소 그 아무에 속하게 된다. 그리하여 결국 아무도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에 관한 한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어서 우리조차도 결코 서로 사랑하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안정된 박현욱의 글은 잔잔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러나 비슷비슷하..
밤은 노래한다 - 김연수 지음/문학과지성사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자이니 증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건 당연하겠지. 사랑도 마찬가지지만. 증오 역시 감정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지. 사랑이든 증오든 오직 행동으로 실현될 때만 존재할 수 있는 거야. 네 몸으로 사랑할 때, 그게 사랑이야. 입으로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어. 뭔가를 증오한다면 얼마만큼 증오하는지 네 몸으로 보여봐. 사랑한다면 사랑을 하고, 증오한다면 증오를 하란 말이야. 하지만 머릿속으로나, 그 잘난 혀가 아니라 너의 신체로 보여달란 말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똑똑히 알 수 있도록." --- 솔직히 언제부턴가 소설이 어렵다. 이 책 역시 어려웠다.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읽어 볼 생각. Words hardly come to me.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공지영 지음/오픈하우스 p. 13 '어떤 남자를 만나야 돼?' 하고 물으면 10자 이내로 대답하라고 하면 엄마는 우선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잘 헤어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나라.' 그래, 예전에 이런 말을 했을 때, 네가 깜짝 놀라던 걸 엄마는 기억해. 누가 엄마에게 요청하지도 않겠지만 엄마는 주례를 설 때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 '혹시 이혼하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그런 결혼을 이어 가십시오'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되어질 그런 사..
결혼식에 다녀왔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고, 부모님 아는 사람인데, 집 근처 호텔에서 한다기에 마침 스테이크가 먹고 싶던터라 냉큼 쫓아갔다 왔다. 대략 1년 만에 결혼식이라는 예식에 갔더니 뭔가 낯설었다. 처음에 든 생각은 이제 내가 이런 곳에 많이 다니게 될 날, 즉 내 또래의 주변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돌릴 날도 머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 내일 모레면 스물둘이니 빠르면 5년 뒤? 쯤부터 꽤나 자주 다니게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유독 화려하게 하는 결혼식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각설하자. 워낙 진부한 내용이니까. 결혼 자체도 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 당연히 지금 할 사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평소 생각에 결혼이라는 걸 꼭 해야 하나. 그냥 마음 맞는 사람끼리 동거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