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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마구마구와 싸운다

zeno 2007. 12. 8. 02:53

  '세계화와 싸운다'라는 책 제목을 패러디 해봤다. 그만큼, 오늘날 이뤄지고 있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마구마구라는 온라인 게임이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다. 마구마구에서 이기기란 단순하다. 좋은 투수를 사 투수 싸움인 야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의 4각에 강력한 승부 구질만 전력 투구하면 게임 셋! 당황한 상태의 실투만 놓치지 않고 받아치기만 하면 1점이고 3점이고 내어 승리할 수 있다. 아, 물론 이 때 좋은 타자를 사 컨택을 높이고, 빠른 발을 갖추어 수비를 잘 하는 것이 승률을 높인다. 두뇌 대결의 미학인 야구를 단순한 4각 맞추기 - 야구가 무슨 야바위인가? 1/4의 확률에 전신을 내어 맡기게 - 의 유아 수준 게임으로 끌어내려 버린 것이다. 그만큼, 마구마구는 단순하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역시 그렇지 않은가? 혼신을 다해 상위 20% - 요즘엔 10%, 5%, 심지어 1%로도 축소된다. - 에 들어가기만 하면 나머지 80%에 대한 착취를 통해 점점 더 잘 살게 된다. 마구마구 식으로 말하자면, 승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이라는 이름의 기제를 통해 상호작용하고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마구마구에서처럼, 사람들은 더 좋은 '스펙'을 갖추어 미미한 확률에 자신의 성공 여부를 맡기고 맹목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일단 너만 살아 남으면 된다! 당신 귀에 도청장치가 속삭이는 말이다. 너무도 단순하다. 신자유주의에서 살아가기란. 남을 누르고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스펙을 갖추고 필살의 방법만을 찾아 끊임없이 - 심지어 죽을 때까지 - 지속하면 된다. 그러면 살아남고, 나아가 인정받고 존경받는다. 가치의 생산 매개인 노동 따위보단 쉽게 타인이 생산한 가치를 착취하는 법만 찾아내면 된다. 얼마나 단순한가. 따라하라. 스펙을 갖추고 너보다 못한 사람을 짓밟아라!

  내게 두뇌회전의 미학을 잃어버린 야구는 더 이상 야구가 아니다. 그래서 마구마구를 접으려 한다. 이따위 것에 종속되어 스스로 추구하는 존엄성을 잃어버린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포기하게 될 - 사실은 타협하게 될 -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질 것이다. 사실 고작 게임 하나 하면서 지고 '패자의 변'을 읊는 것이냐하면 할 말은 없다만, 관점을 달리하면, 언제나 삶의 모든 측면에서 '저항'을 상기한다면, 굳이 그렇게 궤변은 아닐 것도 같다. 그래서 난 마구마구와 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