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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다보면 주제에 과분하게 연애 상담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오늘도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은 그거다. 홀로서기. 연애를 하려면, 그 전에 혼자 제대로 설 줄, 완전히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홀로됨을 견딜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 한, 연애는 끊임없이 실패하고, 짧게 끝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를 쌓아가는 삶의 궤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말은 당장 절실한 사람에게 매우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고, 아무런 합리성이 없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시간은 알게 해준다. 결국 둘이 만나서 행복하려면, 각자 미리 행복했어야 한다는 것을. 그와 그녀의 사랑이 부디 끊어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한국인은 당파성이 강하다.' 오래 전부터 '한국인의 민족성' 어쩌구 하면서 자주 논란이 되던 말 중 하나다. 식민사관이라는 비판부터 '한민족'이라는 개념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주장까지 다양한 주석이 달려있기도 하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가장 주된 배경은 역시 '한국인'이라고 지칭되는 일련의 인간 집단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모이는 걸 매우 몹시 엄청 너무나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임은 단순히 뚜렷한 공통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지점 하나의 교차로 인해 이뤄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강력한 집단적 이해관계 혹은 친소관계를 공유하는 보다 세분화된 집단으로 변화한다. 학생의 입장에서 이 같은 일반적인 현상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은 기숙사다. 단순히 하나의 건물 안..
어릴 적, 사립 탐정이 되고 싶었다. 추리 소설의 영향일까, 머리를 써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렇게도 멋져보였드랬다. 셜록 홈즈가 싫어졌다. 그는 무언가 오만하고 정의로운 체 하지만 차가웠다. 차라리 까칠하지만 따뜻한 아르센 뤼팽이 좋았다. '공권력'이라는 이름이 아닌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뤼팽에게 끌렸다. 경찰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촌스러운 파란색 제복을 입고 교통 정리나 하는 것을 꿈으로 가지기에는 어렸다. '경찰청 사람들'에서 보이는 것처럼 우락부락해서 범죄자들한테 욕이나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민중의 지팡이, 라는 표현이 참 좋은 건줄 알았다. 민중의 뜻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 것은 대학 들어와서 이지만, 그저 지팡이 역할을 한다기에 호감이었다.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애틋한 마..
구차하니까 길게 적지는 말자. 수업은 대체로 들을 만 했고, - 첫날부터 계속 졸았다... - 리딩은 역시 많았고, 등록은 안 되어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는 스트레스 매니지먼트 능력이 성장한 것 같다. 더불어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지는 것도. 지난 한달 간을, 혹은 지난 일년 간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이제 밥 좀 굶어도 까칠해지지 않는 거에 도전해야 (..)
룸메이트가 도착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10여년 간 살다가 어머니가 이탈리아 인과 재혼하는 바람에 이탈리아로 옮겨가 나머지 인생의 절반 가량을 산 남자. 중국어와 이탈리아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잘한다. 전공은 경영 행정. 분야가 겹치다 보니 수업도 일부 같이 들을 것 같다. 보니까 GMAT을 공부하고 있던데, 아무래도 경제학 공부하다 모르면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나처럼 한 학기 온 거긴 한데, 프로그램이 달라서 나보다 처지가 낫다. 그리고 같이 온 친구들은 본래 학교에서 수업을 같이 들으며 알던 사람들이란다. 아무래도 그 사람들과 (필요에 의해서) 좀 친해질 것 같다. 개새끼. 단순히 같이 사는 게 아무래도 혼자 사는 것보다 불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직 시차적응을 못했는지, 아침 내내 ..
사실 버드와이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토에 와서 먹으니 먹을만 하더라.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같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성토하고, 은근슬쩍 나의 '불온함'을 내세울 수 있어서 뿌듯했다. 이런 것은 기록될 필요가 있다.
어느덧 도착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에서도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이러다가 곧 돌아갈 때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다녀왔다는 retreat에 대해 쓰는 것이 정석의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1주일'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짧게 나마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지난 1주일 간의 생활은 그간의 포스팅으로 자질구레하게 써 놓아서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무래도 '블로그'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지난 월요일 저녁 이래로, 나의 모든 생활은 '블로그'라는 이 한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거의 모든 활동의 시작을 블로그로부터 해서 블로그로 끝내고, 온갖 ..
살면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느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도 딱 그런 꼴. 단잠을 자고 있었다. 간만에 기억에 남는 꿈도 꾸고. 쿠와쿠와도 나오고 노트폐인도 나오고. 7시 30분에 알람을 듣고 깼었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을 더 청했다. 8시 30분에 기숙사에서 마련한 캠퍼스 투어가 있었지만, 당장 졸린데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두 시간 쯤 잤을까, 누군가 문을 급하게 두드렸다. 깜짝 놀라 깨서 나가보니 어제 요청한 수리 때문에 온 것. 와서 살펴보더니 지금 부품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잠시만 기다리라며 나간 사람이 한 시간째 깜깜 무소식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캠퍼스 투어는 시간을 한참 넘겼다. 게다가 아침 배식 시간도 끝났다. 오늘 공식적으로 할 일은 없다. 지금 또 잠들긴 밤 잠을 걱정해야 할 처..
맥주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은 잠이 잘 온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