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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사람을 냉혹하고 비정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해. 몇십 년이 걸릴 것 같지? 최소한 오륙 년은 걸릴 것 같지? 그렇지 않아. 이삼 년이면, 빠르면 육 개월이면...사람에 따라서는 집중적으로 두세 달이면 끝나. 어떻게 하느냐면, 그를 바쁘게 하는거야. 당장이라도 천년 동안의 잠에 곯아떨어지고 싶어할 만큼 피로하게 하고, 그러나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게 하는 거야. 쉬더라도 고통스러울 만큼 아주 조금만 쉬게 하고,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굴욕당하게 하고, 자신을 미워하게 하는 거야. 그렇게 수백만의 불행을 만들어내는 도시, 수백만의 피로한 인간들을 뱉어내는 도시에 대한 영화야. 제목은 '서울의 겨울'이라고 붙이겠어. 겨울뿐인 도시..... 친구의 블로그에서 이런 인용구를 보았다. 아, ..
그간 나름 많이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무너질 순 없다. 남들과 다를 줄 알았으면서 선택한 것인만큼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 지금까지 잘 해 왔으니, 나머지 절반도 잘 할 것이다. 이미 느끼지 않았던가. 한 발짝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높이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이래서 밤이 문제다.
냉소주의는 비겁함의 또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도 정체성을 고정시키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는 탓이다. 일례로, 집단 속에서는 개인을 지켜야 한다며 버티는 한편, 파편화된 인간들 사이에서는 공동체의 복원을 주장한다. 결국 개인주의자도 아니고, 공동체/집단주의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하는 탓에 냉소라는 '제3의 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스스로 인간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항상 헷갈리곤 한다. 어쩔 때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내다가도, 어느 새 팩 토라져 인간들을 저주하고 욕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양 극단에서 진동하며 살아가는 바, 늘 그 종착역은 적당한 '거리두기'가 되기 일쑤다. 이런 개인의 성격..
이제 13일의 금요일이 끝나간다. 별다른 큰 일은 없었다. 간만에 방에 혼자 앉아 있다보니 한국에서 늘 겪던 '룸펜화' - 이런 좋은 용어를 알려준 미카미 군에게 감사. - 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문득 한국에서보다'는' 낫다던 평소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룸펜화를 정의하고 넘어가자면,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현대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죽음에 이르는 병',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고 과거에 고민했던 문제들을 되새김질하며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한편 끝없는 자기합리화나 비하에 빠지기도 하는 등의 현상을 일컫는다. 이 곳에 와서 룸펜화가 조금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맥주를 입에 달고 살았고, 밤만 되면 블로그에 붙어있었던 것에 비해 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낮..
지난 4일간 밤을 새워가며 야구를 봤다. 모처럼 행복했는데, 몽롱한 와중에 더 즐거운 소식이! 모처럼의 낭보다. 일제고사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최소한의 제동은 걸린 셈이다.
학교에 있는 동아시아 도서관에 자주 간다. 한 주에 두, 세 번 정도. 매번 하는 일은 신간 코너를 훑어 보는 것인데, 2주에 한번 정도씩은 새 책이 들어오는 것 같다. 운이 좋게도, 그 때마다 한 두어권 정도씩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다. 이번에는 '혁명의 추억, 미래의 혁명'과 '무중력 증후군'이 눈에 들어왔다. 둘다 한국에서 읽으려다가 비싸서, 바빠서, 다른 책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등의 이유로 보지 못했던 것인데 이렇게 고이 모셔져 있으니 집어 들 수밖에. 한국어 책만 읽고 사는 것은 아니다. 공부도 나름 한다. 물론 당신이 생각하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한국에서보다 많이 하는 편이다. 취미로 읽는 책들은 틈틈이, 혹은 답답할 때에만 집어든다. 그런데 이 재미가 괜찮다. 한국에서 ..
1920년대 중반에 Ku Klux Klan이 워싱턴 한복판에서 부활했다는 것을 아시는가. 오늘 미국사 수업을 듣다 알게되었는데, 지금으로부터 84년 전, 워싱턴 한복판에서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의 행진이 있었다. 알다시피, 지난 달 그곳에서는 최초의 아프리칸-아메리칸 대통령인 오바마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었다. 부활한 쿠 클럭스 클랜에서는 단순한 '백인 우월주의'가 아니라 '백인, 개신교, 토종 우월주의'가 모토로 제창되었었다. 여기서 토종은 물론 인디언이 아닌 이주민의 후예들. 그 당시 이들의 힘은 공화당의 가톨릭 후보를 견제하며 민주당의 개신교 후보의 적극적인 지지자들로써 가공할만 했다고 한다. 공포를 느꼈다. 허연 보자기를 뒤집어 쓴 개떼같은 인간들이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건물을 뒤로하고 사열하여 행진하..
사람들은 늘 내게 말한다. 자기도 다 아는 이야기를 마치 나 혼자 아는양 주제 넘게 충고하지 말라고. 실제로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교과서'적이다. 도덕에 기반하여, 개인주의에 기반하여, 상식에 기반하여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념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기껏해야 '휴머니즘' 정도? 나의 말과 행동의 기저에는 하나의 원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황금률.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에게도 해주어라. 네가 하기 싫은 것이 있다면 남에게도 하지말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항상 원칙으로 삼으며 지침으로 삼기는 힘든 내용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에게 누군가 '넌 왜 그렇게 뚱뚱해? 못 생겼어? 성격이 지랄맞어? 매력이 없어?' 따위의 말을 하면, 상처받지 않겠는가? 안 받는다고 하는..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내일이면 온지 6주. 그 사이 학교에서는 09학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단다. 반 커뮤니티에 올라온 새터 사진을 보니, 에휴, 모르는 얼굴들이 절반을 넘어가는 것을 보니, 나도 고학번이구나. '새맞이'라는 이름을 오래간만에 떠올려보니 뭔가 애잔하다. 1학년 때, 재미 없었다. 2학년 때, 힘들고 짜증났다. 3학년 때, 황당했다. 그리고 4학년. 뭐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었구나. 그래도 06년 겨울의 시간들이 아주 무의미했다고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내가 바라는 새맞이, 그리고 새터와 일반적인 흐름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어차피 이젠 지나간 일이고, 아마 다시 겪을 일은 없을 것 같다. 1학년 새터에서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