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7 년 3 월 제 83 호 / [새내기 특집] 헌책방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헌책 고르는 묘미를 놓치지 마시라 본문

저널 / Zenol

2007 년 3 월 제 83 호 / [새내기 특집] 헌책방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책 읽기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헌책 고르는 묘미를 놓치지 마시라

zeno 2007. 9. 7. 23:46

김보람 기자 / yullov7@snu.ac.kr

조홍진 기자 / zeno@snu.ac.kr



갑작스레 따뜻해진 날씨가 반년설이라 불리는 관악의 눈을 녹여버리는 요즘, 떠나고 싶은 욕구가 불현듯 솟구치네요. 떠나는 것의 로망은 뭐니 뭐니 해도 히치하이킹! 하지만 워낙 살벌한 요즘 세상, 거리로 나가 엄지손가락 치켜세우기 쉽지 않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나’,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것을 찾아 떠나는, ‘나’와 ‘우리’의 본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학교 가까운 곳으로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미래까지 보여주는 신비한 공간, 헌책방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가 지금 기다리고 있네요! 자, 함께 펴 볼까요? 하나, 둘, 셋!

책창고

‘책창고’는 사당역 근처에 위치한,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헌책방이다. 10만여 종에 달하는 방대한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취급 분야는 ‘끔찍하리만큼 다양’하다. 과거에는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었지만, 세태가 바뀌어서인지 직장인이나 인문학 교수들이 많이 찾는다. 헌책방 운영을 단순히 ‘직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많은 신간 속에서 사라지는 현대 서적들을 보관함으로써 가치를 보존하고, 새 책을 계속 들여놓다 보니 독자들에게 악서를 팔 수도 있는 새 책방과는 차별화하여 양서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의 혼란을 줄이겠다는 사장 이천우 씨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곳이다. 워낙 책이 많다보니 평소에 찾아다니던 책을 거의 깨끗한 상태로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위치 : 사당역 6번 출구로 걸어나가서 빵굼터 골목에서 좌회전 후 약 50m

전화번호 : 02-582-1617

책상은 책상이다

‘책상은 책상이다’는 녹두 거리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 헌책방이다. 사실 간판에서 가게 상호보다는 ‘헌책방’이라는 글씨가 더 크게 보이는데 책 이름에서 따온 가게 상호가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헌책방 주인들이 그렇듯이 이곳의 주인아저씨 역시 책이 좋아서 시작했다는데, 책방을 연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니 보기보다 유서 깊은 곳이다. 직접 세어 본 적이 없어서 대략 수만 권이라 짐작할 뿐이지 책이 총 얼마나 있는지는 모른다는데, 서가를 잘 살펴보면 양질의 도서들이 ‘흙 속의 진주’처럼 쏙쏙 묻혀 있다. 그런 책들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주변에 다 있는 지역적 환경 때문에 전 연령층을 고객으로 하고 있다. 수십만 원의 가치를 가진 책들을 보관하며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헌책방을 운영하시는 주인아저씨는 오늘도 헌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위치 : 녹두거리 롯데리아 맞은 편

전화번호 : 02-886-1958

도동고서

‘도동고서’는 생긴 지 한 달여 밖에 되지 않은 신생 헌책방이다. 기존에 새책방 ‘그날이 오면’ 옆에서 헌책방 ‘할’을 1년 정도 운영하던 주인아저씨가 지하에 더 큰 규모로 시작한 곳이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책 수가 애초 의도한 것의 1/3 가량에 불과하지만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현재보다 3배쯤 많은 책들을 가져다 놓겠다는 주인아저씨의 의지가 다부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너른 공간에 책상도 있고 아저씨의 취향에 따라 LP로 클래식을 틀어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헌책방을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이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 하니 특기할 만하다. 아저씨만의 비법으로 책을 싸게 들여와 학생들에게는 싸게 팔고, 말만 잘하면 더 깎아줄 수도 있다니 한 번쯤 가볼 만 하다.

위치 : 녹두거리 ‘그날이 오면’ 옆 건물 지하 1층

전화번호 : 02-872-7326

할 중고서적

녹두거리에 ‘할 중고서적’이 자리잡은 지도 벌써 4년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시간을 머금은 헌 책의 낡은 체취가 괜히 반갑다. 헌책방에 꽂혀 있는 책은 그나마 생명력이 있는 책이다. 누군가가 열심히 읽고 내놓은 책을 헌책방을 통해 다시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는 과정은 그야말로 지식의 재생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에서도 오랫동안 헌책방을 운영해왔다는 사장 최불초 씨는 헌책방이 ‘지식의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에 대한 애정뿐만이 아니라 전략적인 경영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헌책방을 운영할 수 없어요. 책을 소개하는 팜플렛이나 서울대 학생들의 필독서 가이드 등을 구해보면서 학생들이 어떤 책을 원하는지 꾸준히 공부해야죠.” 헌책에 대한 사장님의 열정만큼이나 정교하게 정리된 책장이 인상적이다.

위치 : 녹두거리 ‘도동고서’ 옆 건물 1층

전화번호 : 016-9337-0006

흙서점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로 나와 100여 미터를 걸어가면 ‘흙서점’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흙’이라는 단어에서부터 따스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는 평일 오전의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책을 팔거나 사러오는, 혹은 그냥 구경하러 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신간을 취급하는 대형 서점들이 대중들의 입맛에 맞는 책들만을 늘어놓는데 비해 헌책방은 책벌레들을 위한 일종의 콜렉션이라 할 수 있다. 출판시장의 수요공급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쉽게 절판되는 책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이 헌책방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이 곳을 주로 방문하는 고객은 책을 ‘수집’하다시피 하는 대학원생들이라고 한다. “서울대에는 유난히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보고 싶은 책을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다는 게, 헌책방의 존재 이유 아닐까요.” 먼지어린 책을 조심스레 닦아내는 사장님의 사람 좋은 웃음이 정겹다.

위치 : 2호선 낙성대역 4번 출구에서 약 100m

전화번호 : 02-884-8454

■ 책, 헌책방을 말하다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My Kingdom of Books)>, 리처드 부스, 이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영국 웨일즈의 헤이란 마을을 헌책방 마을로 만든 리처드 부스가 자신의 경험담을 실은 책이다. 외국이다 보니 우리나라와 사정은 많이 다르지만, 저자의 헌책에 대한 열정만큼은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양짜와 헌책방에서 함께 한 일주일>, 최인영 | 세상모든책

가상의 소녀 ‘양짜’가 일주일 동안 청계천 헌책방들을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담은 책. 개천 복구 이후 ‘현대적 문화 공간’으로만 ‘인식’되어가는 청계천의 옛 추억들, 특히 헌책방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 그물코

인터넷과 헌책방 소식지 등으로 '헌책방 운동'을 해온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안내서. 헌책방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찍은 흑백사진 등으로부터 저자의 헌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헌책방에서 보낸 1년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 그물코

60곳이 넘는 헌책방에서, 700권이 넘는 책들을 읽으며 했던 책과 책방, 그리고 책 문화에 대한 생각을 900여 쪽이 넘는 긴 호흡으로 다룬 책. 전작 <모든 책은 헌책이다>에 이어 헌책방 나들이를 권유한다.

▶<전작주의자의 꿈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조희봉 | 함께읽는책

한 평범한 인문주의자가 10여 년 동안의 헌책수집과 독서 경험을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독서방법론, 책을 통해 만난 스승, 헌책 관련(수집, 보관 등) 노하우, 그리고 헌책방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 책방 아저씨가 귀띔해 준 헌책 이야기

매입/매매가는 어떻게 측정하나?

▶ 책의 상태와 회전률(책의 인기도)에 따라 매입가는 10~30%선에서 측정된다. 매매가는 주로 50%. 그러나 한 번에 많은 책을 사거나 사장님과의 친분이 있으면 흥정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책이 많이 들어오는 시기는 언제?

▶ 예전에는 봄, 가을의 이사철에 헌책이 대량 들어오곤 했었다. 하지만 '이사철'의 개념이 딱히 없는 요즘은 학생들의 책을 매입하거나, 다른 헌책방에서 책을 사 오는 등의 방법으로 수시로 책을 들여온다고 한다.

헌책방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 시중에서 팔리는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헌책방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책 중 하나. 시대 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취향도 많이 달라져서 요즘은 고전보다 경영, 처세 등의 기능서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과학, 인문 분야에서 절판된 책을 찾기 위한 수요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헌책의 유통기한은?

▶ 책의 가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로 사람들이 두고두고 찾는 고전들은 오랜 생명력을 가진다. 헌책방에 진열한 책 중에 약 70%는 팔리고 나머지는 폐지로 재활용된다고 한다.

■ 클릭 한 번에 헌책방이 보인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 헌책방이 성행하고 있다. 오래된 책 향기를 느끼며 책장을 넘기는 맛은 없지만, 집에서 판매가와 보유수량, 책의 상태까지 손쉽게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다.

▶ 고구마 http://www.goguma.co.kr

국내 최초의 인터넷 헌책방. 약 30만권 정도의 책을 확보하고 있으며 매일 새로 들어오는 책이 적어도 1천권이라고 한다. 과학기술, 철학, 자료와 문화유산, 원서 등 조밀한 분류체계가 인상적이다.

▶ 북어게인 http://bookagain.co.kr

사당에 위치한 책창고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헌책방. 헌책과 더불어 재고도서(남아 있는 책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한번 더 내 놓은 책)를 다량 확보, 신간에 묻혀 사라지는 좋은 책들을 모으고자 노력하고 있다.

▶ 북001 http://book011.co.kr

청계천8가에 있는 30년전통의 책방으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흘러간 가요 LP 및 팝 LP 를 1만점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