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설 (279)
.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멀어지려고 노력하는데 막상 끈이 없어졌다니까 되게 아쉽네. 그렇다고 조를 수도 없고.
데미안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새는 알을 깨고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중학교 때 이후로 이 구절에 빠져 살아왔다. 항상 알을 깨고자 노력했다. 한 때는 아브락사스의 의미를 깨달았노라고 자부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전혀 모르겠다. 솔직히 알을 깨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이 곳에 스스로 공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즉, 내 글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패기를 잃은 것일 수도 있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에 따르는 의무를 버거워한 탓일 수도 있다. 매 순간 모든 것을 새로이 시작하는 기분이다. 믿어왔던 것, 지향해왔던 것, 행동해왔던 것, 이 모든 ..
살면서 때로는 앞뒤 가리지 않은 응원이 필요함을 느낀다. '엄마'가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은 그런 응원. 내가 아무리 잘못한 것을 알아도, 잘못하고 있는 것을 알아도, 때로는 누군가 무턱대고 '내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합리성의 차원에서 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응원한다. 당신이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내가 아는 단 하나의 사실은, 당신이 당신의 편을 필요로 한다는 것 뿐. 그래서 나는 당신을 응원한다. 난 당신의 편이다.
참을성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길러질까. 이젠 좀 길러졌나 싶었는데, 또 아니네. 괜히 혼자 조바심내고, 기다리고, 원망하고, 아쉬워하고, 걱정하게 되고. 아직도 '개인성'이라는 것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글을 하나 신나게 쓰다가 접었다. 내 글의 의도는 아니지만, 그것을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들이 마음에 걸려서.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보다 글밥먹고 사는 건 참 어려운 일 같다. 지금은 꿈꾸기만 하는 건데 이 정도라니. 어제 문득 깨달았다. 나는 허세 덩어리. 그렇다고 장근석처럼 간지가 나지는 않는구나. 하지만 뭐, 이 허세라는 녀석은 좀처럼 떨어지지도 않고, 사실 그렇게 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미 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데 어찌 '너 싫어'라고 할 수 있겠..
살다 보면 아픈데 상쾌할 때가 있다. 오늘 예로 들고 싶은 건 평소 자신의 지적 수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가 의외의 인물로부터 일격을 받을 때. 보통 그 상대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일 때가 많지 싶다. 그럴 땐 아프다. 감히 내가 무너지다니!
잘 지내려고 했는데 슬럼프가 찾아왔다.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현재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당연히 후자. 웃음과 여유!
저걸 내가 다 지킬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오늘 하루는 여느 때와 같이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낑낑대었다. 자기 긍정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다. 정말 힘들다. 생각나도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어도 하지 않고, 참지 못하겠어도 참아야 하는거니까. 이거 다 할 줄 알면 진즉 잘 나갔지 이러고 있겠냐? 우석훈은 늘 20대, 혹은 10대를 거론하면서 얘네가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 말 들으면 솔직히 '저요! 저요!' 하고 손들고 싶다. 그런데 책 내고 싶으면 A4 100매에서 150매는 글을 쓰란다. 망할. 그거 할 줄 알면 진즉 잘 나갔지 이러고 있겠냐? 언제부턴가 잠으로는 짜증과 분노를 잠재울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가 술을 마시게 되..
아이야. 한 여름 밤의 꿈은 너무도 달콤하더구나.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가지 않던 분간은 결국 그것이 현실이라고 느껴지던 순간 툭, 하고 깨더구나. 그래, 그러니 꿈이 아니겠더냐. 갑자기 꾸게 된 한 여름 밤의 꿈은 이 생에서 다시 보지 못할 그런 황홀경을 보여주더라. 하지만 행복은 본디 오래 가지 못하는 법 그래, 꿈이었어. 꿈이니까, 하룻 밤만에 깬 것이 다행일 수밖에. 장자가 나비가 된 듯, 나비가 장자가 된 듯, 그런 꿈은 오래 꾸었더라면 그만큼 치명적이었을거야. 지금도 이만큼 치명적인데 오래되었더라면 어쨌으려고. 생의 소원을 하나 쯤은 풀었으니 만족할 줄 아는 수밖에. 피어 나려고 하는 분노와 증오에게 네 이성을 맡기지 말거라. 앙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은 한 순간의 행복을 위한 응분의 댓가..
우리 엄마처럼 가사 노동자도 아니고, 우리 아빠처럼 사무 노동자도 아니고, 내 동생처럼 대학 입시를 위한 학습 노동자도 아닌 내가 추석 준비라고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그냥 평소처럼 지내는 일 밖에. 추석 선물을 살 것도 없고. 그런데 이랜드 일반노조에서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이벤트를 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미미한 블로그에나마 홍보하는 수밖에. 잘 부탁드립니다. (__)
9월 위기설이란다. 내용을 보니 그럴듯하다. 실제로 돌아가는 추세도 그럴듯하다. 이미 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에서 환율은 계속 뛰고 정부는 방어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고, 여기다 외환보유고 다 떨어지면 누구 말마따나 'IMF Season 2.' 추석이 분기점이라니 추세를 지켜볼 따름이다. 무기력하다. 무려 경제학을 전공한다고 이름을 걸어 놓고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지 모르겠다. 공부가 얕은 탓도 있고, 안 한 탓도 있고. 요즘 들어 경제학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공부를 해야 할 것도 같지만, 막상 또 하기는 쉽지 않은게 현실이니 이래저래 무기력하다. 흠, 공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