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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는 말했다. 네게 기댈 곳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홀로여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치열해 질 수 있고, 네가 살 수 있다고. 그래, 맞는 말이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한다. 오기와 독기로 무장해 남에게 수 없이 많은 상처를 주더라도 네 자신을 지켜야 한다. 아무도 널 지켜줄 수 없다. 잠깐 동안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결코 영원은 장담할 수 없다. 가족, 형제, 자매, 애인, 그 누구도 이제는 너의 항구적인 지지자일 수 없다. 세상이 변했다. 한 때 현실을 도피했었다. 사랑과 우정, 낭만과 연대를 믿었다. 내가 손을 내밀면 네가 잡아줄 줄 알았고, 내가 네게 애정을 보이면 네가 환대로 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세상엔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
마이 짝퉁 라이프 - 고예나 지음/민음사 pp. 101 - 103 "유치하게 뭐하는 짓이냐?" "원래 사랑은 유치한 거야." "놀구 있네." R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지금 내 심정은 상당히 미묘하다. 나는 열등생처럼 왠지 모를 패배감에 젖어 든다. 사랑이란 상품은 돌고 돌아야 하는데 늘 구매하는 사람만 구매한다. 나는 사랑을 쟁취하는 자들에게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R의 미니 홈피에 가면 남자 친구가 이벤트를 해 준 사진이 올라와 있다. 화살표를 땅에 붙여서 길을 인도하고 마지막에 도착한 목적지엔 하트 모양으로 세워 놓은 양초들에 불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촛불 가운데엔 남자 친구가 장미꽃 다발을 들고 서 있다. 사진은 분명 보라고 있는 것이다. 숨기고 싶은 것들은 올리지 않는다. 그 남자는..
태어난 지 400여 년이 되도록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희대의 바람둥이가 있다. 구전민담이 1630년, 스페인의 신부이자 극작가인 띠르소 데 몰리나에 의해 『돈 후안, 세비야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Burlador de Sevilla y convidado de piedra』로 정리되며 탄생한 ‘돈 후안’이다. ‘귀족’신분과 그에 따르는 ‘명예’를 도구 삼아 욕망에 충실히 수많은 여자들을 농락한 돈 후안은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많은 작가들에 의해 재창조됐고, 많은 민중의 성원을 받으며 죽지 않았다. 1844년, 역시 스페인 출신의 호세 소리야 이 모랄에 의해 『돈 후안 테노리오Don Juan tenorio』로 다시 태어난 그는 조금 변형된 욕망에 따라 난봉을 거듭하다 다시금 죽음..
드디어 영화 '킹콩'을 '다' 봤다. 굳이 '다'라는 글자에 따옴표까지 붙인 이유는 말 그대로 전편을 다 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 킹콩이 작년에 나온뒤로 앞 부분 - 킹콩이 살고 있는 해골섬에 인간들이 도착하기 까지의 시간 - 은 꽤나 여러번 봤다. 그래서 뒷 부분은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고전이기에 내용을 안다는 이유로 보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다 무려 2007년 여름에 이르렀다. 사실 포스트 제목에서처럼 오늘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부분은 '킹콩 같은 사랑'이다. 사실 우리의 주인공 '콩!'은 영화 속에서 무려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울부짖을 뿐. 그래서 '사랑'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부적절할지도 모른다. 말을 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 울부짖는다 따위의 묘사..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아껴줄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참 축복받은 일이다. :)
내가 '첫사랑'이라 부르는 사람과 너무도 닮았기에 날 더욱 힘들게 만드는 사람. 내가 '좋아한다'라고 착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사람. 짜증나지만 앞에서 짜증낼 수 없는 사람. 오, 사랑.
신문은 때로 책 한권보다 유용한 지식을 전달해 준다. 오늘 한겨레에서 건진 거, 에로스와 필리아의 차이. 번역어로는 둘 다 '사랑'을 뜻할 뿐이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전자는 '연애', 후자는 '우정'을 뜻한단다. 둘다 성별을 초월할 수 있는 건데, 세상은 이성/동성만으로 한정하기를 바라니 안타까울 뿐. 덧. 그럼 철학philosophia는 '지혜에 대한 우정'이 되는건가? 뭔가 한단계 더 추상적인 것이 되어 버린 듯.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지음/문이당 p.50 사랑에 빠지면 고통이 시작된다. 사랑의 고통이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의 몫이다. 어른이란 말은 '얼우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인 '얼운'에서 나왔으며 '얼우다'는 성교하다'라는 의미. 점잖게 말하자면 어른이란 결혼한 사람을 뜻하고 까놓고 말하자면 이성의 몸을 알게 된 이를 뜻한다. p.178 조금 도식적 이해일수도 있지만 기든스의 사랑에 대한 정의에 따르면 사랑은 열정 -> 낭만 -> 합류의 단계를 거치는 것 같다. 지금 내가 간직하고 있고, 또 막연하게나마 꿈꾸는 사랑은 낭만적 사랑. 그런데 이 글을 읽고 나니 '합류적 사랑'의 단게를 꿈꾸어야 할 것 같다. 허나 그전에 나는 어서 '사랑'이라는 것을 내게 체험하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p. 217 삶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