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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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상쾌한 아픔

zeno 2008. 11. 5. 23:51

  살다 보면 아픈데 상쾌할 때가 있다. 오늘 예로 들고 싶은 건 평소 자신의 지적 수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가 의외의 인물로부터 일격을 받을 때. 보통 그 상대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일 때가 많지 싶다.
  그럴 땐 아프다. 감히 내가 무너지다니! <-- 이런 생각 때문에.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범인에 불과하다. 그걸 반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지. 아, 좋은 생각이구나. 이런 식으로 말야.
  사실 이 같은 아픔은 우리 안에 내재해 있는 연령주의라는 관점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큰 것 같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은 아니고 어리다고 내심 무시하고 있던 사람이 그 순간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버리니 당혹스러운거지. 살짝 쫀심도 상하고. 근데 거기서 벗어난다면 어떨까?
  상대를 나보다 어린 동생, 후배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동료로 대우하는 것이다. 사실 생체적/사회적 나이가 무에 그리 중요한가. 누구는 학교 1년 일찍 들어가기도 하고, 누구는 늦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결국 '학번'이 같다면 같이 놀지 않는가? 대화도 그 양자 수준에 맞추어 진행되고.
  그냥, 굳이 이런 말 하는 건 김규항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그가 자신의 아이들과 한 대화를 옮겨 놨길래...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는데, 김규항도 어쩔 수 없는 부모인가 싶기도 하다. 뭐, 꼭 나쁜 건 아니니까. ㅎ 이렇게 깨닫는 건 순간 아프더라도, 상쾌하지 않을까. 얼마나 상쾌할까. 동료가 생긴다니.
  굳이 누굴 비판하자는 건 아니고, 그냥 자아 비판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