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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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서점에서

zeno 2008. 1. 2. 18:46

"안 와?"
"어... 미안... 일이 생겨서... 좀만 기다려-"
"아씨, 이 쓰레기야. 빨리 와 -_-"
"그래그래^^"


그 녀석은 한참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서가를 나오며 난 녀석을 욕했다.


"아씨, 왜 이리 늦어! 짱나!"
"미안미안. 근데 어쩌지? 나 여자친구 만나러 가야 하는데..."
"뭐? 어ㅏ리ㅓ마ㅣ;ㅓ차ㅣㅓ카ㅣㅏ핑ㅁ;너가버ㅑ개더ㅑㅐㅓ야머ㅏㅣㄹ머ㅣ 넌 왜 맨날 그 모양?"
"미안미안. ㅠㅠ"
"아씨, 그러면 괜히 기다렸잖아. 그럼 나 갈래. 썅!"
"미안미안. ㅠㅠ 난 생물 책 좀 사갈게-. 먼저 가-."


빌어먹을. 그 자식은 또 날 엿먹인 거였다. 난 결국 투덜대며 먼저 서점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따라 나오지 않았다.


"여보세요? 어, 어, 자기- 나 그 서점에 있어. 응? 온다고? 그래- 기다릴게-"


닭살돋는 그 녀석의 통화를 들으니 갑자기 속이 뒤집어졌다. 난 발을 돌려 서점으로 다시 향했다.


"어? 간다며? 왠일이야?"
"책 좀 사려고 -_-"
"아, 그래? 그럼 계산 하는데까지 따라가 줄게 ㅎㅎ"
"맘 대로 하셈 -_-"


난 서가를 뒤져 책을 한권 집어든 뒤 계산대로 향했다. 갑자기 눈이 아려왔다.


"어? 그 책, 내가 사려던 건데?"
"맞아. 너 주려고. 얼마에요?"
"66,000원입니다."
"아씨, 졸라 비싸네. 아, 눈은 또 왜 아파. 돈도 못 세겠잖아. 여기요 나머진 잔돈으로 거슬러 주세요."
"야야, 미안해. 우리 자기 지금 왔대. 나 먼제 갈게- 미안-"
"야! 책은 가져가야지! 어ㅏ러마;ㅓ파ㅣ처키;ㅣ미ㅓㅇㄹ말 빌어먹을. 또 먼저 갔군. -_- 하여튼 쓰레기 새끼."


아린 눈은 쉬이 낫지 않았다. 점원이 건네주는 책과 잔돈을 받아 모두 봉투 안에 넣었다. 뭔가 되게 많았다. 눈을 끔벅이며 봉투에 담긴 내용물들을 살펴 보았다니, 이게 웬걸! 책 한권과 열쇠고리 수십 개, 그리고 500원짜리 동전 수십 개가 들어있었다.


"아씨, 이건 또 뭐야. 난 책 한 권 밖에 안 샀다규! 뭐? 83000원?!"


그랬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던 내가 정신 없이 지갑에 있던 지폐를 모두 털어 낸 돈은 83000원이었다. 점원은 잔돈으로 거슬러 달라는 말에 대해 차액 17,000원을 모두 500원 짜리로 거슬러주고, 이에 열쇠고리 수십 개를 덤으로 주는 엽기적인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아씨, 뭐야, 이거 환불해야겠네 -_- 이런 책 내가 볼리도 없고. 뭐야? 환불은 10층이라고? 여긴 1층이잖아. -_- 뭔 서점이 이따위야. 하여튼 교보문고 쓰레기 새끼들. -_-"


결국 난 엘리베이터를 잡아탈 수 밖에 없었다. 지하로부터 올라온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로 들어 앉아 10층을 향하는 버튼을 누른 뒤, 나는 환불하기 전에 잔돈을 세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둘, 셋... 아씨, 이거 이러다가 한도 끝도 없겠네. 엘리베이터에 붙여 볼 까? 하나, 둘, 셋... 훨씬 세기 편하군!"


하지만 기쁨도 잠시 뿐. 눈이 다시 아려왔다. 씀벅거리는 눈을 계속 소매로 닦으며 돈을 세기란 영 어려웠다. 그때,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학생, 지금 이 엘리베이터 문을 청소해야 해서 그러는데, 문을 본체에서 옆으로 좀 밀어낼 거거든, 이해해 줘~?"
"네? 저 지금 10층 올라가고 있는데요?"
"아, 미안해. 근데 지금 옆에서부터 계속 해오던 작업이라 계속 해야 돼-"


난데 없는 습격에 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장 문을 옆으로 밀어 제껴서 내 시야에서 사라진 내 500원들의 안위는 어떻게 된거야! 난 아직 문이 다 채 밀리지 않아 남아서 붙어 있는 500원 짜리들이나마 수습할 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기다릴 수 없겠다 싶었던 나는 그 엘리베이터를 빠져 나와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갔다.


"저기요, 이 책 환불 좀 해주세요. 방금 1층에서 산 거라 영수증도 여기 있구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문고가 방금 영업이 끝나서요. 내일 다시 와 주세요."
"빌어먹을! 내가 여기 와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나보고 오라 가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