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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그 남자 그 여자 / 이미나 <★★☆> 본문

평 / Review

[대중문화] 그 남자 그 여자 / 이미나 <★★☆>

zeno 2009. 2. 5. 13:15

그 남자 그 여자 - 4점
이미나 지음/랜덤하우스코리아

  말머리를 달기가 어려웠다. 에세이로 분류해야 할지, 연애로 분류해야 할지, 잡문으로 분류해야 할지. 알라딘의 분류는 '예술/대중문화.' 그래서 이를 따르기로 했다.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감이 올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이 얼마나 불분명한가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연애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남자'와 '여자'의 시각에서 쓴 1페이지 짜리 짧은 글들이 수백개가 실려 있다. 책 안에 있는 소개로는 '이소라의 음악도시'에 실렸던 내용이라 한다.
  굳이 평가할 만한 것이 없다. 그 안에 글이라고 있는 것이 활자화되어 인쇄되어 있긴 하나 '예술'이라 부르기에는 아무런 예술성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책을 9500원이나 주고 사기에는 차라리 2500원 더 보태서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를 사는 것이 훨씬 유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평가했던 책들 중 최하점을 주었다.
  보다 감동하고, 번뜩이는 영감을 얻고, 신나서 줄을 치거나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에 옮겨 놓는 그/녀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만큼 책 속에 담긴 삽화들이 너무나도 '진부한' 이야기들이니까. 진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서 발생한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를, 경험해봤을 법한, 혹은 들을 수 있을만한 얘기를 책으로 내서 인세를 받는 것은 무엇인가. '자위' 대신 해주고 돈 까지 챙기는 건가.
  그렇다고 아주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죄로 '남녀간의 교제', '연애'를 해야된다는 압박에 20여년 간 시달려왔고, 또 앞으로도 10여년 간은 더 시달릴 또래들에게, 특히 그 중에서도 미치도록 하고는 싶은데 누가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고, 상대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몰라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불쌍한 영혼들에게 조금은 요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 나온 이야기들을 참고해서 당신의 연애사가 꽃필 것이었다면, 진작 꽃폈을 것이다. 미안하다. 이렇게 잔인하게 얘기해서. 그냥 이 책은 최소한의 '참고 지침' 정도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지, 결코 '연애 코치'의 역할을 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알라딘에서 검색해보니 1권 외에 2권도 나왔고, 심지어 합본 기프트세트도 나왔다. 그런데 작가 소개가 좀 웃기다. ' 첫 책인 <그 남자 그 여자 1,2>가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요즘 세상에 찾아보기 힘든 '밀리언셀러 작가'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1권, 2권, 기프트세트까지 다 합쳐도 3만권이 안 된다. 알라딘이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온라인 서점 중 하나이니 대충 5배를 해도 15만권이고, 오프라인까지 감안해도 아무리 잘 쳐줘도 끽해야 4, 50만권 나갔을 텐데, 밀리언셀러라니.
  출판사가 랜덤하우스코리아다. 잘 알려져있는 다국적 자본의 자회사다. 느껴지지 않는가. 마케팅의 흔적이. 달콤한 연애 이야기로 책을 팔다니. 나쁜 놈들. 작가 이미나는 '소녀 감성'에 파묻혀 열심히 썼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자본에게 놀아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책에 나오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이야기가 정말 너무나도 진부하다는 것. 그래서 공감을 얻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