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 <★★★★> 본문

평 / Review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 <★★★★>

zeno 2009. 1. 3. 21:48
디아스포라 기행 - 8점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돌베개

  서경식은 '인간성humanity'을 거듭해서 고민하게 하는 작가다. 그가 한국에 소개한 프리모 레비의 저작들이 그러하듯,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했던 폭력의 현장들을 고발하는 그의 글들은 읽는 이를 숙연케 만든다.
  <디아스포라 기행> 역시 그러한 책이다. 그 스스로 디아스포라인 서경식은 디아스포라의 흔적들을 되짚어 가며 읽는 이에게 끊임없이 '인간'에 대해 묻는다. 그 결과, 책을 다 읽고든 느낌은 말 그대로 '역겨움'이었다. 비록 내가 저지른 일들은 아니라 하더라도, 같은 '인간'이라는 종이 저지른 일에 대해 내 스스로 지금껏 몰라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행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모르며 - 지금 이 순간 이스라엘이 정부 차원에서 자행하고 있는 가자지구 공격 역시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 , 앞으로도 그런 현실을 변화시키는 데 많은 힘을 보태지 못할 내 스스로에 대한 역겨움. 지나친 자기학대일지도 모르지만, 진정한 자기객관화일 수도 있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서경식의 글은 그래서 읽을 가치가 있다. 내가 비록 '추방당한 자'는 아니지만, 출생과 환경 자체가 '동아시아'라는 이름의 '제3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서경식의 글을 읽을만, 아니 읽어야만 한다.
  서경식의 글은 어렵다.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읽는 이의 가슴을 건드리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사유의 폭은 이성적으로도 따라잡기 쉽지 않게 만든다. 다층적으로 사유하는 그의 지성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이것이 진실에 가깝다. 세상은, 그리고 세계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세상을 단순하게 설명하는 이일수록 식견이 짧거나, 무언가를 은폐하려는 언설이기 쉽다. 복잡다단한 것이야말로 인간과 삶과 세상의 본모습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힘들더라도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