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세이] 썸데이 서울 <★★★☆> 본문

평 / Review

[에세이] 썸데이 서울 <★★★☆>

zeno 2009. 1. 3. 21:25

썸데이 서울 - 6점
김형민 지음/아웃사이더

  p. 369

  "난 대학 내내 망설이면서 살았던 것 같아. 나답지 않게. 군대에 가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사회에 나와 장가를 가서도 난 항상 애매했고, 뭔가 내 뜻대로 확실하게 한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었어. 너 내 성격 알잖아. 맺고 끊는 거 확실한 거. 근대 정말 내 인생의 큰 그림에선 그러지를 못했어. 공부도 못했고 운동도 못했고 맨날 그 언저리에서만 뱅글뱅글 돌았으니까. 한번 이 악물고 매달려 보려고, 원래의 내 모습대로.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

  읽은지는 꽤 됐는데 리뷰가 늦었다. 책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현재 시사 피디로 일하고 있는 한 386의 잡문이다. 취재하며 겪은 일, 학교 다니며 겪은 일을 형식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하다 생각되어 이렇게 소개한다. 사실 김형민의 글은 전혀 학문적이지 않다. 인터넷 블로그에서나 볼 법한 내용을 묶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가치가 있다. 어설픈 '객관성'을 자부하기보다 철저한 '주관성'을 내세우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그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 '소시민' 혹은 '민중'이라 할 수 있는 집단의 면면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의 피디였던 만큼 사람들 사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학교 다닐 때 학생 운동의 언저리에서 듣고 보던 이야기까지 다채롭게 펼치는 것이 가히 '르포' 형식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생생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같은 소소한 기억이 축적된다면, 사료로서의, 시대를 드러내는 글로서의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객관성'을 지향하는 저널리즘 역시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데, 스스로 이데올로기적임을 인정하는 글을 통해 미래의 사람들은 시대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소개하는데, 이미지를 위해서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절판되었다. 이 책을 찍어냈던 '아웃사이더' 출판사가 사라진 탓인 듯 하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이 출판사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헌책방에도 있고, 도서관에도 있으니 사는게 걍팍한 이들은 한번쯤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