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잃어버릴 5년아, 안녕. 본문

저널 / Zenol

잃어버릴 5년아, 안녕.

zeno 2008. 2. 10. 22:55
  안녕. 내 20대의 전반 5년아. 이제 보름 남았구나. 본격적으로 네가 시작하기까지. 오는 25일이면, 넌 시작되겠지. 내게서 떠나간 채로, 무려 5년 동안이나. 조금은 아쉽고 슬프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20대가, 그것도 20대 초반이 (아마도) 우울과 분노로 채워질 것 같으니까.
  오늘 그 5년을 이끌 사람과 그의 여남들이 티비에 나왔어.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더라. 근데 왜 일까, 같은 경제학도임에도 동질감은 느껴지지 않고 싫더라. 어떻게 교육을 경제학자가 담당하는지, 외교안보수석을 경제학자가 담당하는지. 솔직히 아직 풋내기지만 조금 경험해본 교육학, 국제정치학은 경제학과 분명 다른 세계관, 패러다임에 기반해 있던데 모든 걸 경제학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니. 그것도 획일적으로 모두 '미국' 출신의 경제학자들만. 국정기획수석인가 하는 이의 말은 더욱 가관이더라. '규제를 철폐하여 시장 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말과 '국정기획'이라는 말이 어떻게 상존할 수 있지? 국정을 기획한다는 거, 그것도 경제학도가 하겠다는 건 경제적 마인드, 관점을 갖고 하겠다는 것일텐데 그게 자율화랑 상존할 수 있어? 형용모순이잖아. 옛날에 경제기획원이 있던 시절 한국 경제가 시장경제였나? 계획경제였잖아. 지금도 선거 과정에서 쏟아 내었던 시장 친화적 공약들을 도 다른 규제/간섭의 방식으로 바꾸고 있고, 심지어 그야말로 국가 주도의 대운하 - 말로는 시장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프로젝트 자체를 국가에서 주도하는데 그게 쉽겠어? - 를 추진하고 있잖아. 도대체 엉터리들이야.
  그래서 앞으로의 5년, 너를 잃어버릴 것 같아. 황금같은 시기일 텐데, 조금은 아쉽다. 아니, 많이. 아마 그 동안에도 살아보겠다고 노력은 하겠지. 근데 솔직히 자신은 없다. '행복'할 수 있을까? 미리부터 자포자기하고 싶진 않지만, 척박한 현실이 의지를 꺾는구나. 에휴, 그래도 가보자꾸나. 설마 죽지야 않겠지. 행복하려고 사는 건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잖아?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