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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촬

zeno 2008. 2. 18. 23:49
  지난 주말 광화문 쪽에 볼일이 있어서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종로 3가 역이었습니다. 환승하느라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별 생각 없이 승강장 가운데에 위치한 - 종로 3가 역은 가운데에 승강장이 있고 양 편으로 양 방향 지하철이 오가는 구조더군요. - 지도 - 어느 승강장이든 벽 같은데에 주변 지도나 노선도 같은 게 붙어 있잖아요. - 를 보고 있었는데,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여성 분이 그 앞에 서시더군요. 그 때 막 반대편 열차가 와 환승하러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로 혼란스러워졌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이상한 광경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도를 등지고 제가 타려는 열차 쪽 승강장을 바라보던 그 여성 분 뒤편, 그러니까 지도 반대편 아래 뚫린 공간에 발 두 개와 카메라 한 개, 그리고 그 카메라를 붙잡은 한 손이 보였어요. 처음엔 어리둥절했지요.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후, 깨달을 수 있겠더군요. 저게 소위 말하는 '도촬'(도둑촬영의 준말)이라는 걸. 뒤나 옆에서 은밀히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치마 속을 향해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걸 인터넷 사이트나 P2P 같은 데서 유통시키며 낄낄대는 행위라는 걸. 정신을 차리고 다시보니 이미 그 렌즈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쫓아가려고 했지만, 이미 그자는 군중에 휩쓸려 사라진 뒤였죠. 이미 늦은터라 그 여성 분께 말씀드릴 수도 없고, 충격을 안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어요. 태어나서 실제로 그 장면을 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굳이 이렇게 끄적거린 이유는 이 글을 보시는 여성 분들이 주의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에요. 짧은 치마 입으신 분들 계단 오르실 때 핸드백 같은 걸로 가리시잖아요. 평지에서도 필요할 것 같아요. 언제 어떤 나쁜 놈/년들이 그렇게 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치마를 안 입을 순 없을테니까요.
  사실 그러면서도 걱정되는 점이 있어요. 잠재적 가해자들이 이걸 보고 새로운 방법을 알게 될까봐요. 하지만 바음 위에서 나름 생각되는 대처법을 썼으니, 알려지는 게 묻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잠재적 가해자들이 '겁'먹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