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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제사 음식 딜레마

zeno 2010. 9. 21. 23:04

명절이다. 여느 때처럼 집안의 차례 음식 준비를 거든다. 근데 이게 참 요망하다. 예전 같으면 그냥 남들 하는 것처럼 했겠지만,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했더니 조리가 어렵다. 동태 한 점을 후추와 소금으로 간한 뒤, 부침가루 듬뿍 묻히고, 계란옷 정성스레 입혀 기름 넉넉히 두른 판에 부쳐내는 것이 여느 때였다면, 후추 약간에 소금은 빼고 부침가루와 계란옷은 설렁 설렁 묻혀 기름은 간소히 판에 부치다보면 이 놈의 동태는 노릇노릇해지기는 커녕 살이 그대로 판에 닿아 거무튀튀하게 타기 일쑤고, 모양도 흐트러지고, 잘 익지도 않는다. 여느 제사 음식이 대개 비슷하다. 건강을 생각하면 때깔이 나지 않고, 보기 좋으려면 심혈관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야 한다. 특히 요즘 집안 내 가사 노동자 - 대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 에게는 영양사와 조리사의 역할이 고루 요구되므로 더욱 어려울 수밖에. 반팔 반바지 입고 잠시 전 부쳐내는 동안에도 그렇게 덥던데 내 집 같지 않은 시댁이나 큰 집에 가서 일하는 기분은 어떨까. 아무래도 미래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 된다. 평생 혼자 지낼 수도 있겠다만, 배우자/애인이 생긴다면, 그래서 같이 차례나 제사를 준비한다면 음식은 최소한으로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음식을 하더라도 고인이 평소에 좋아하던 것으로 한다거나, 준비하기에 쉬운 음식들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사실 차례나 제사 자체도 굳이 해야 하나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부모는 굉장히 불만을 갖고 있지만, 결국 실행 주체는 나이기에 앞으로 좀 더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관습대로 '여성'에게 전가되는 것도 별로고, 내가 하고 싶지도 않다. 불 앞에 서 있으니 몹시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