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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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스물셋

zeno 2010. 1. 10. 22:24
10년 전 이 맘 때, 눈 속에 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눈이 쌓인 설국에서 살아보기는 처음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동쪽으로 250km 가량 떨어진 Kelowna - 클로나라고 발음했었는데, 구글에서는 킬로나라고 나온다. - 라는 도시에 3주 가량 단기 어학연수를 갔기 때문이었다. 열세살의 나이에 해 본 첫 외국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1월 말에는 '한국'과 '중학교'라는 지옥으로 돌아오기 싫어 엄마에게 전화로 거기에 눌러 살겠다고 징징댔고, 돌아와서는 마치 영혼이 없듯이 살았다. 그만큼 백색의 전원 도시는 매력적이었다. 소도시에 살겠다는 꿈은 어쩌면 그때부터 생겨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1년 전 오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딱 이 시간쯤이면 아마 영화 '울학교 이티'를 보고 있었을게다. 이제 혼자 다니는 외국도 익숙해진 터라,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렘보다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자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주입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버클리 생활 역시 나쁘지 않았다. 난생 처음으로 친숙한 이들로부터 떨어져 장기 동안 홀로 있었고, 그 생활에 적응도 했다. 공부는 기대하지 않았던 때문인지 괜찮았고, 버클리란 소도시의 적당한 폐쇄성은 내게 맞았다. 다만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매 순간 소비되던 돈에 대한 것과 한국의 심란한 상황이 불러 일으키는 사회 운동 일선에의 참여 의욕과 죄책감으로 인한 것 뿐이었다. 마음껏 놀지는 않았지만, 나름 열심히 했기에 만족할 만한 생활이었다.
  이제 스물셋이 되었다. 이십대 중반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나이. 사실 전에 다른 포스팅으로 하려다가 까먹은 이야기인데, 군 미필의 현역 입영 대상자인 남성에게 한국 사회는 굉장히 적대적인 공간이다. 학교에서는 아직도 가지 않은 늙은이이지만, 사회에서는 아직 철모르는 어린아이이다. 학교 바깥에서 무슨 새로운 것을 해보려면 '군필 필수'라는 네 글자의 마법에 의해 차단당한다. 학교 안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굉장히 민망하다. 결국 남는 것은 어중간한 경계인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악, 쓰다 보니 쓸쓸해져서 더 이상 못 쓰겠다;; 정말 요즘 정신을 못 차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