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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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누구는 오고 누구는 간다

zeno 2010. 1. 9. 21:32

살면서 이런 날이 있을까 싶다. 살면서 '나' 자신의 일이 아닌 '타인'의 일 때문에 '길일'이라고 여길 날이.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토속신앙에서는 오늘을 올해 첫 길일로 꼽나 보다. 지인 중에 무려 세 커플이나 결혼을 했다. 그렇다. 이 글은 그들을 축하하기 위한 글이다. 특히 그 중에서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지인'이라 부를 만한 김도원 씨의 결혼을 축하하고 싶다. 그의 사람됨을 알아서 그런지, 오늘 결혼식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멋있다'고 여겨졌다. (난 만약 결혼하게 되면 뭐하지... 기타 못 치는데... 그냥 MR 깔아놓고 노래 불러야 하나... 노래는 내가 도원이 형보다 잘 부를 듯...) 신부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참 보기 좋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기독교'라는 틀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지만, 종교가 문제는 아니었다.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들이 1년 만에 새로운 집에 들어가게 되는 것을 축하하는지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그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는 이들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에 덜 외로웠을 것 같다. 사실 그들이 이렇게 간다면 사람들은 으레 그렇듯이 '돈' 받으려고 무모하게 나섰다가 제 명을 재촉한 것이었고, 이제 일단락되었으니 끝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여론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 경시의 풍조는 소름끼칠 정도로 오싹하다는 것과, 355일동안 마지막 가는 길을 거부한 이유가 보상 뿐만 아니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이렇게 갔지만, 그들을 완전히 보낼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2010년의 1월 9일이 간다. 누구는 오고 누구는 간다. 새로이 오는 이가 있기에 길일이고, 이제야 가는 이가 있기에 길일이다.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날이다. 김도원 씨 부부의 행복과 양회성 윤용헌 이상림 이성수 한대성씨의 명복을 빈다. 내가 지인의 행복을 기원할 수 있듯이 타인의 고통 역시 공감해야 한다. 이는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다시 한번 둔감한 자신을 반성할 때다. "여기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