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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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꿈은 공포라는 무의식의 반영이다

zeno 2009. 8. 17. 09:41
우리는 제각기 서로 다른 공포를 갖고 살아간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사람부터 거친 마초성을 드러내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사람까지, 공포의 대상은 사물과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공포가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꿈이다. 사람마다 꿈을 꾸는 빈도와 구체성의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상당 경우 꿈은 공포라는 무의식의 반영이다.
  방금 전까지 꾼 꿈의 내용을 복기해보자. 벨기에의 한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는 사람들을 이끌고 독일의 한 지역을 찾아갔다. 군국주의화된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기념식을 하고 있는 백사장에 찾아갔는데, 이런, 군인들이 가득했다. 곳곳에서 지키고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비치되어 있는 병력은 그야말로 대규모.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가며 부대끼는 과정에서 으레 사람이 모이면 발생할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왜, 밥 먹으면서 서로 아귀 다툼 벌이는 거 보면 정 떨어지는 거 있잖나. 그래도 어찌저찌 잘 추스려 집에 돌아가자고 기차를 타고 가려는데, 가다가 엉뚱한 길에 들었다. 해는 져 가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인적 드문 길에서 한참 기다리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말을 걸었더니, 아뿔싸.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안 되는 프랑스어로 그나마 말을 붙여서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날 안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뒤에 깼다.
  내가 공포를 느끼는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꿈이었다. 중간 중간에 말도 안 되는 허튼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래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적은 이유다. 꼽아볼까. 집회에 갔더니 잔뜩 지키고 서 있는 군인들. 군대 혹은 경찰로 대변되는 국가 폭력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인간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온갖 갈등들. 내가 집단을 싫어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몇 마디 하지도 못하는 프랑스어. 늘 열등감을 가진 대상이다. 어찌도 이렇게 꿈 하나에 이 모든 것이 나왔는지. 사실 지난 주말동안 공포심을 재확인했던 소재들이 모두 나와서 복기해보다가 놀랐다. 어쩌면 정신분석학은 충분히 공부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덧. 벨기에, 독일, 프랑스어라는 구체성은 도리어 개연성을 망쳐놓았다. 아무래도 그냥 일종의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것이 무의식적으로 꿈에 반영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