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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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09117 1주일

zeno 2009. 1. 18. 16:02
  어느덧 도착한지 일주일이 되었다. 한국에서도 그랬지만, 이 곳에서도 시간은 정말 빨리 간다. 이러다가 곧 돌아갈 때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계획대로라면 다녀왔다는 retreat에 대해 쓰는 것이 정석의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1주일'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짧게 나마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지난 1주일 간의 생활은 그간의 포스팅으로 자질구레하게 써 놓아서 특별히 덧붙일 말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무래도 '블로그'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지난 월요일 저녁 이래로, 나의 모든 생활은 '블로그'라는 이 한 단어로 집약될 수 있다. 거의 모든 활동의 시작을 블로그로부터 해서 블로그로 끝내고, 온갖 이야기를 블로그에다가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잘 하는 짓인지는 모르겠다. '자기치유'라는 제목을 달아 놓은 지도 이제 몇 달 째가 되어 가는데, 미국에 온 것도 사실 '혼자놀기'에 익숙해지려고 한 것인데, 과연 이 블로깅을 계속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프라인에서 혼자 노는 것에는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특별히 말 하지 않고, 혼자 밥도 먹고 돌아도 다니고. 물론 아직 어설프다. 그래서 주로 한국인들이랑 어울리고, 외국인들과는 상대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내가 먼저 잘 다가가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지내다보면 고독에 익숙해질 것 같다. 
  문제는 이에 비례하여 블로그에 집착하는 정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사실 이 블로그를 '일기장'으로만 쓰려는 것도 아니고, '공적인 목적'으로만 쓰려는 것도 아니다. 나의 표현의 자유가 마음껏 펼쳐질 수 있고, 금기와 성역이 없는 공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 그 목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이번 달 부턴가,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이전보다 약 3배 쯤 늘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마도 '도촬', '미니스커트 도촬' 등의 검색어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 한편으로는 좋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그만 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매일의 방문자 수 카운터에 매달리는 스스로가 싫어서였다. 그런데 지금 블로그에서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블로그를 통해 문명을 날리고 싶어 하면서, 과연 이 블로그에 그럴만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가? 가장 본질적으로, 여러 차례 혼자 노는 것에 익숙해지겠다 해놓고, 지금 블로깅을 하는 건 결국 '나 좀 바라봐줘요. 내게 애정을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조금 겁이 난다. 사실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잡다하게 올리는 글들에 달리는 댓글들은 대부분 주변 지인들이 애정을 담아 채워준 소중한 것들이다. 분명히 내게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 그런데 그걸로 충분한가? 모르겠다. 이렇게 지내는 게 과연 내 스스로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충고를 받은 바 있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들의 상당수는 결국 애정과 관심을 호소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충분히 수긍할만한 분석이다. 이럴바엔 차라리 블로그를 그만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내게 필요한 것은 무한한 애정 뿐만 아니라, 따끔한 비판이 아닐까 싶다. 이 글도 그렇지만, 내 블로그의 글들이 항상 좌충우돌하고, 논리와 주장이 없으며, 방황하는 이유가 제대로 된 비판의 결여 탓인 것만 같다. 내 스스로 보기에도, 지금 스스로 벌인 일들의 확대재생산에 어쩔 줄 모르는 폭주기관차와 같은 현 정부를 내가 닮았달까? 
  이번에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이리저리 뒤섞여 혼란스럽게 되었다. 결국엔 혼자서 이 문제를 극복하여야 하겠지만, 적절한 조언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