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향신문] 신자유주의는 실패했나? / 민경국 /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본문

스크랩 / Scrap

[경향신문] 신자유주의는 실패했나? / 민경국 /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zeno 2009. 1. 14. 08:57

최근 비우량 담보 시장에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로 경제가 혼란에 빠지자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규제 완화와 작은 정부 때문이라고,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선언하면서 큰 정부의 도래를 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같은 진단과 해법은 금융위기의 본질에 대한 잘못된 접근에서 나온 것이다.

그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단서는 상환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이다. 이 담보 대출의 부실화에서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을 늘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야기한 원인이다.

그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로 1995년 지역재투자법(CRA)을 대폭 개정해 은행들로 하여금 저소득층에 대한 담보 대출을 늘리도록 했다. “누구나 내 집 갖기”라는 주택 보급 정책을 위해서였다. 의회와 정부는 연방주택청(FHA)이나 주택도시개발부(HUD) 등 정부기관을 동원해 은행들에는 대출심사 기준을 대폭 낮추도록,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는 비우량 주택 담보와 이에 근거한 유동화 증권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러자 은행들은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위험한 담보 대출을 늘리고 이를 유동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주택가격의 버블을 야기한 두 번째 요인은 서민들의 주택보유를 확장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모기지 전문회사의 도덕적 해이다. 정부와 의회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손실에 대한 보증을 약속했다. 그래서 그들은 손실은 생각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비우량 담보 구입과 이에 기반을 둔 유동화 증권의 규모를 늘려갔다. 그 결과는 서민층 주택구입의 활성화와 주택가격의 버블이다.

금융위기의 세 번째 원인은 연방준비은행의 방만한 통화정책이다. 심지어 1%라는 초저금리정책을 통해서 유동성을 확대시켰다. 은행들은 늘어난 유동성을 소화하기 위해 저마다 대출처를 찾아 나섰다. 이것이 주택시장의 과열로 연결되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자유와 책임, 작은 정부를 국정원리로 하는 신자유주의를 저버린 정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의 금융위기는 시장실패가 아니라 정부정책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시장규제와 손실의 보증이 없었더라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위기는 없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월가의 탐욕 때문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옳지 않다. 탐욕은 자기 이익추구로서 특수한 사람이나 상황에서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늘 어디에서나 목격되는 인간의 불변적인 심성이다. 따라서 이것을 가지고는 평시와는 전적으로 상이한 금융충격의 발생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탐욕을 위기로까지 몰고 간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에 거침없이 풀린 돈과 정부의 시장 개입이 그 이유다.

금융위기가 규제 완화의 탓이라는 주장도 터무니없다. 80년대 말 이래 지속적으로 규제가 증가해왔는데 규제가 가장 많이 늘어난 부문은 주택 부문이고 그 다음이 금융 부문이다. 99년 ‘그램-리치-브릴리 법’으로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이 허용됐다. 이런 규제 완화가 금융위기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겸업이 금지됐더라면 이번 금융위기로 상업은행들이 신용위기에 몰려 있던 투자은행을 흡수 합병하지 못해 위기의 여파가 더욱 극심했을 것이다.

감독부실이 위기의 원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식 문제 때문에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감독이 어렵다. 감독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언제, 그리고 왜 감독해야 하는지에 관한 지식이 필요한데 정부는 그런 지식을 전부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정부의 감독은 늘 부실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감독에 필요한 지식과 관련해 시장이 정부보다 현명하다. 시장은 그 같은 지식을 발견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교란되면 ‘발견의 절차’가 작동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시장을 교란시킨 요인이다. 그것은 방만한 통화 공급과 정부의 시장 개입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정부의 개입임에도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때문이다. 시장 개입은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지금의 고통을 미뤄 나중에 더 큰 고통을 겪을 위험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손놓고 뒷짐지고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시장경제의 원리를 확립하는 일이다. 개인의 책임과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제도와 규제들을 걷어 내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세금을 낮춰야 한다. 그러면 우리 경제는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정도(正道)다.

---

와, 이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난 신자유주의가 더욱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