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겨레] 야!한국사회 / ‘로봇교육’은 그만, 나라 망한다 / 우석훈 본문

스크랩 / Scrap

[한겨레] 야!한국사회 / ‘로봇교육’은 그만, 나라 망한다 / 우석훈

zeno 2008. 12. 5. 22:29

이 기회를 빌려, 딱딱하고 인기 없는 교육개혁 시리즈를 실어준 <한겨레>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진심이다.
앞의 두 얘기는 사교육 문제와 대학 서열화를 다루는 국민투표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도 미쳤지. 1987년 개정된 9차 헌법은 국민투표를 신설했지만, 이 권한을 대통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했다. 이명박 시대! 교육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상상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참, 이 기회에 독자 여러분에게 닉 데이비스라는 사람의 <위기의 학교>라는 책을 권해드리고 싶다. 영국이 학교끼리 ‘쎄게’ 경쟁 붙였다가, 어떻게 망했는지 소상히 나와 있다. 정말이지,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얼마 전에 러시아 발레단이 한국에 온 적이 있고, 그래서 그 중간에 생겨난 얘기를 좀 얻어들을 기회가 생겼다. 충격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러시아에 발레 유학을 많이 가는가 본데, 아주 좋은 발레학교의 선생들 얘기는 나의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다. 한국 학생은 여덟살 전까지는 아주 표현적이고 감각적으로 춤을 춘단다. 그런데 여덟살만 되면, 갑자기 굳어서 “네 마음을 보여봐”라는 선생의 주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딱딱하게 굳어 버린단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여덟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그게 질문의 요지였다.

원래 한국인은, 춤과 음악에 능하다. 나는 그 감각이 열여섯살쯤 죽는 줄 알았는데, 러시아 발레 선생들은 여덟살에 죽는다고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한국인의 창의성과 감각, 외국인 보기에 여덟살에 죽는가보다. 취학통지서가 창의성 사망통지서가 되어 버렸다.

자, 문제를 풀자. 우리는 지금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포디즘이 끝난 탈포디즘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 오히려 더욱 강화된 로봇 교육으로 가는 중이다. 이러면 망한다. 진보도 보수도 다 같이 망한다.

결론만 말하자. 청소년인권 기본법을 만들어서,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8시간 이상 학생들이 노동하는 것은 금하도록 하자. 물론 자신이 좋아서 책을 읽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문화활동을 하는 것은, 지자체와 학교에서 문화예산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 주자. 청소년 인권선언의 정신에 근거한 것인데, 부모와 선생님들이 이런 걸 무시하니, 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 교육노동은 8시간으로 제한하고 자유를 주자. 아니면 창의성 시대에, 로봇병정으로 길들어진 다음 세대가 글로벌 경쟁을 할 길이 없다. 청소년 인권을 확립하면, 경제의 창의성이 높아지고, 결국 우리가 밥 먹고 살게 된다. 10대를 위해서나, 한국 경제를 위해서나, 로봇 교육은 이제 세워야 한다. 수능도 논술도 모두 암기해 버리는 미친 사교육의 한국, 이 고리를 10대들의 인권과 자유로 끊어보자. 신자유주의 말고. 놀게 만들어주고, 읽게 만들어주고, 만들게 만들어주자. 그러면 그들이 창조도 하고, 협동도 하면서, 한국 경제의 문제를 풀어줄 것이다.

창의성을 죽이는 로봇형 암기교육, 그건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이걸 청소년인권 기본법에 담자. 이런 수단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우리의 10대는 로봇이 되어 ‘답이 없는 문제’는 영영 풀 수 없게 된다. 우리의 로봇 교육, 여기에 인성을 넣고, 창의성을 넣고, 여유로움을 넣자. 어른들도 8시간 노동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우리의 10대에게는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암기만 시키는가? 세계 최고의 암기 로봇을 만드는 선생·부모·학자·정치인, 우리 모두는 10대들에게 죄인들이다. 이 파렴치하고도 몰상식한 짓,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