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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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 Zenol

죄책감

zeno 2008. 12. 5. 11:17
  내가 누굴 자살로 밀어넣은 것이 아닐까 심각히 괴로워했다. 연락은 두절, 찾아갈 용기는 안 남, 관계를 회복할 방법은 모르겠음, 결론은 당분간 자중. 하지만 요즘 계속 '죽겠다', '죽어버릴까'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 안절부절 못 함. 다행히도 글 꾸준히 올라오는 블로깅 하는 사람이라 레포트 쓴답시고 밤새면서 계속 들락날락하면서 에프오 연타했는데, 엑 왜 안 떠. 사람이 그리 쉽게 죽겠냐며 애써 자위하기도 했지만, 어제 날씨가 좀 지랄 맞았어야지. 특히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늘이 누리끼리하면서 붉은게 무슨 마계에서 몬스터들 대거 소환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점심 때 이후 하늘이 좀 푸른 빛을 띠기 시작했지만, 옘병, 춥잖아!
  이번에는 주말까지 춥다는 데 얼어죽는 거 아닌가 걱정이네. 에이, 설마 안 그렇겠지. 개미지옥 같다는 전기담요도 있으니까. 엄마가 나가면서 켜 놓고 나갔는데 역시 따뜻하긴 따뜻하더라. 으하하. 다행히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들어간 블로그에 글이 우수수. 휴, 살아있구나. 나름 21년 간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과신하면서 살아왔는데, 요즘 정말 내가 할 줄 아는게 뭘까 하는 생각. 어찌 이리도 상대 마음을 모르는지.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를 재단하고, 말하고 행동해왔던 게 누적되어서 고치기 힘든 걸지도 모르겠다. 제길.
  그래서 당분간 닥치고 살아보려고. 내가 지금 끊임없이 말해봤자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상황이 좋아질 거 같지도 않고, 1주일만 조용히 있어봐야지. 설마 관계가 이렇게 파탄나지는 않겠지. 사람들이 내 잘못은 크지 않다고, 자꾸 미안하다는 말 하지 말라고 그러는데, 엑, 그 사람이 설령 잘못했다 하더라도 난 그 사람이 혼자 힘들어 하는 게 싫을 뿐이고, 안쓰러울 뿐이고, 이왕이면 좀 힘내게 같이 있어주고 싶을 뿐이고! 내가 그 사람이 힘들어하기까지 완전히 결백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수 있을텐데, 입을 잘못 놀려서 이건 뭐 내가 깝칠 수도 없고. 아흐, 여하튼 요즘 같은 파란만장한 12월도 없었던 것 같은데 벌써 5일이네. 1주일만 자중해야지. 그럼 뭐 잘 되겠지.
  다행히 어젯 밤 최악의 기분 상태에서 대화명을 바꿨더니 기분이 좀 풀리더라. Go, Baby, Go! 이거 좀 짱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