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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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 Review

[만화] 대한민국 원주민 < ★★★★>

zeno 2008. 9. 12. 21:19

대한민국 원주민 - 8점
최규석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pp. 38 - 41.

  변하는 건 없다 (한미 FTA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엄마는 기어이 둘째 누나를 중학교에 보냈다.
  아무리 없는 살림이라지만 중학교 공부 시키는 것이 무슨 흠이 되겠냐 하겠지만 요즘으로 치자면 월셋방 살면서 외제차 굴리는 바람 든 젊은이 보듯 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신기해하거나 동정심을 보인다.

  나 또한 70년대 도시의 졸업식 사진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밀가루......
  그 시절 우리 마을에서는 아직도 보릿고개를 넘고 있었다.

  당연히 대학까지 마친 그들과 운 좋게 중학교에 들어간 내 누이들은 같은 세대지만 다른 시대를 살았다.

  결국 불행은 그것을 겪는 자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상상하는 만큼의 불행을 우리는 느끼지 않앗다는 것이다.
  몇달 동안 밥에다 간장만 비벼먹은 적도 있지만 먹을 때마다 맛있었다(쌀밥이었으니까!).

  불행이란 놈은 친절하게도 인간의 상식을 불행 수준으로 떨어뜨려 불행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준다.  

  IMF 이후 우리가 이런 모습(노숙자들)에 익숙해졌듯이, 혹여 '나라가 망한다!!'고 긴장하시는 분들도 걱정하지 말자.
  국가는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다. 언제나 망하는 개인이 있고, 그 비율이 많거나 적거나 할 뿐이다. 그리고 왜 자꾸 망하는 개인 쪽에 시선을 두는가. 전쟁이 나도 탄피 팔아서 성공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자고로 위를 보며 살라 했는데 자꾸 아래를 보니 부정적인 생각만 드는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그렇게들 자신감이 없는가?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그 숱한 시련들을 정신력 하나로 버텨온 민족이 아닌가. 설사 지나치게 용감한 관장님이 무리한 경기를 주선한다 해도 정신력만 있다면 못 이길 것도 없지 않은가.

  쥐어 터질 몇몇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시다고?
  그렇다면 그때 가서 사랑의 ARS 한방 눌러주자. 지금도 다들 그러지 않는가.
  10년 뒤에도 이런 일상적인 대화(6개월 동안 밥에 간장만 비벼 먹었다는 대화나 한미 FTA 체결 후의 변종)는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다.

  단지 서울역 앞을 걷기가 조금 더 불편해질 뿐.
  또는 서울역 앞에 자리잡기가 조금 더 힘들어질 뿐.
  만화를 글로 옮기니 영 그 맛이 안 느껴진다. 살다 살다 이렇게 좋은 만화와 만화가는 처음 본다. 강추!

  덧. 습지생태보고서 역시 좋다. 한국의 20대에게는 강추! 대한민국 원주민은 나이를 막론하고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