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소설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소설] 완득이 <★★★★> 본문

평 / Review

[소설] 완득이 <★★★★>

zeno 2008. 9. 12. 20:57

완득이 - 8점
김려령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pp. 196 - 197.

  장애라는 말에 아버지 어깨가 잠시 흔들렸다.
  사람한테는 죽을 때까지 적응 안 되는 말이 있다. 들을수록 더 듣기 싫고 미치도록 적응 안 되는 말 말이다. 한두 번 들어본 말도 아닌데, 하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잇다. 그런데 가슴을 치는 말은 한 번 두 번 세 번이 쌓여 뭉텅이로 가슴을 짓누른다.
  "난쟁이다, 난쟁이!"
  그냥 봐도 다 아는데 굳이 확인사살을 하는 사람들.
  "얘 아버지는 난쟁인데, 이 새끼는 좆나게 잘 커요."
  나를, 그냥 나로 보게 하기를 원천 봉쇄했던 양아치들.
  "네 아버지 난쟁이라며?"
  심심하고 마땅히 놀릴 거리가 없을 때 유용하게 써먹던 인간들.
  나는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게 아니라,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였다. 비장애인 아버지는 미리 말하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애인 아버지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숨긴 자식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근본까지 들먹인다. 근본은 나 자신이 지키는 것이지 누가 지켜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근본을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좀 있어 보이게 비웃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