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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 Review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zeno 2008. 9. 12. 20:44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6점
공지영 지음/푸른숲

  p. 42.
 
  뒷자리의 여학생이 더 큰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 때문에 그들의 영상은 갑자기 사라졌다. 혜완은 갑자기 혼란을 느꼈다.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바라보렴. 그 울고 있는 여자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별거 아니란다. 정말 별거 아니란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수없이 일어난단다. 네가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바라보렴...... 그러면 너는 알게 된다. 니가 지금 느끼는 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울 일은 더더욱 아니고...... 그저 산다는 건 바보 같은 짓거리들의 반복인 줄을 알게 될 거란다...... 자, 이제 울음을 그치고 물러서렴. 그 감정에서 단 한 발자국만, 그 밖을 향해서.
  p. 53.

  혜완은 절대로, 라는 말을 경혜는 어차피, 라는 말을 그리고 영선은 그래도, 라는 말을 자신들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면서였다.
  p. 199.

  "제가 뵈니까 매일 밖에 계시던데 언제 그렇게 집안일을 도우셨어요?"
  "가끔...... 하죠. 집에 있을 땐."
  "하기는요, 남자는 설거지 한 번 하고 몇 년 동안 말하죠. 난 언제나 집안일을 돕고 있다고...... 하지만 또 여자가 어느 날 동창회에 가다가 늦으면 남자들은 이렇게 말해요...... 내 아내는 매일 나가 돌아다녀......"
  p. 210.

  "전 세상의 도덕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아요."
  "그쪽은 아니지만 그쪽의 애기 엄마가 혹은 그쪽이 사랑하는 그 아가씨는 그걸 염두에 두어요......"
  "모든 것이 혼란이군요."
  장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p. 310.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모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 그녀 자신의 말대로 누구도 자신을 발닦개처럼 밟고 가도록 만들지 말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