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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사랑<★★★☆> 본문

평 / Review

유령의 사랑<★★★☆>

zeno 2008. 8. 22. 19:38
유령의 사랑 - 6점
손석춘 지음/들녘(코기토)
  p. 28

  '현명'은 때로는 '교활'이나 '비겁'의 다른 이름일 뿐이야.

  p. 318

  무릇 사랑에 불륜이란 없소. 모든 사랑은 아름다운 거요. 하지만 조건은 있소. 두 사람 모두 진실로 서로 사랑할 때 그렇소.

  p. 333

  혹시 형은 못난 후배들을 방관하면서 스스로 만족해온 것은 아닙니까? 형의 타협적 삶을 후배들의 못남이나 변절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는 과연 없었습니까? 홀로 조금 더 나아간 상태에서 뒤돌아보며 따라오는 후배가 없다는 이유로 머물 게 아니라 후배들을 다독여 더 나아갔어야 하지 않은가요.

  pp. 335 - 336

  형의 모습에서  저는 이 나라 진보세력의 오늘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왜 진보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먼저 자신들의 역량을 결집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형도 기자생활을 하시면서 보신바가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어떻습니까. 진보세력이 맞서 싸워야 할 자본주의 세력은 얼마나 잘 뭉치며 얼마나 또 부지런합니까. 새벽부터 일어나 조찬회의로 시작한 저들의 일정은 밤늦은 시각 술자리의 정보교환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전개됩니다. 주말에는 골프를 치며 서로 정보를 주고받지요. 진보세력이 깡소주를 들이부으며 울분을 삭이고 건강을 해치는 바보짓을 되풀이할 때 저들은 양주를 마시며 노동자들의 가난한 누이들을 마음껏 농락하지 않습디까? 더구나 막대한 자본력에 더해 가공할 만한 물리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 정치세력이 자신들이 험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위하고 있는 게 아닐까 묻고 싶습니다. 한 줌도 되지 않으면서 갈라지고, 갈라진 채 싸우고 있습니다. 마치 교리싸움을 하듯이, 다른 진보세력을 매도하는 살풍경은 참으로 절망입니다. 저 로마의 노예들이 검투사가 되어 서로 죽을때까지 싸움을 벌이며 로마의 귀족과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다가 이윽고 예외없이 처참한 죽음에 이르는 꼴이 아닌가요?
  자본주의 지배세력이 그어놓은 테두리 안에서 관념적으로 혁명적 언사만 되풀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저들이 파놓은 함정일 것입니다. 저들은 오늘 갈라진 진보세력을 보면서 얼마나 환희에 차 있을까요. 제가 몸담고 있었던 신문사 안팎에서 저는 한 줌도 안 되는 좌파들의 쪼개진 몰골들을 조소하는 치들을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민주 형.
  '싸워야 할 대상'과 '함께 가야 할 동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과연 진보주의자인가요? 아닙니다. 저는 형이 지니고 있는 '무기'가 이 땅에 진보세력이 거듭나는 걸 방해하는 무리까지 겨누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형 자신부터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형은 언제까지 신문사에 앉아 '노예의 언어', 아니 노예적 실천에 머물 생각입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역사는 저 같은 '변절자'보다 '술자리 좌파'나 '자기연민에 자족하는 관념적 좌파'를 더 통렬하게 고발할 것입니다.